이틀동안 울황제와 의견충돌이 있었다. 살다보면 이런 일로 인해 서로를 더욱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부부싸움. 싸우면서 더욱 깊은 정이 든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 오늘은 9시에 예배가 있는 금요일이다. 명절을 앞두고 날씨가 더욱 추워진다. 저녁이 되자 눈발이 더욱 거세지더니 차를 갖고 가기에는 위험할 것 같아 우리는 걸어서 교회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교회까지 걸어서 20여분 걸리는데 두 손 꼭 잡고 걷다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다. 때론 자동차로 빨리 목적지에 가는 것보다 결과만 갖고 따지는 것보다 왜 그렇게 일이 벌어졌는지 내가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나긋나긋 얘기하다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 요즘 우리는 충분한 대화가 없어 문제를 만들게 된다. 걷다 보면 우리의 마음은 훨씬 너그럽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특히 눈은 연인을 만들어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명절을 쇠러 미리 내려가는 성도들도 있겠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출석률은 훈련된 성도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목사님 말씀도 은혜롭고 감사헌금에 내 마음을 나타냈는데 목사님이 그 메시지를 다 읽어주시고 더욱 큰 축복의 기도를 해주셨다. 올 한해 은혜가 넘치는 축복된 한해가 될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순수한 우리의 기도가 필요하다. 나라와 위정자에게 경제에 힘들어하는 가정과 기업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교회를 위해 목사님 사모님을 위해 기도를 했다.
예배를 드리고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교회문을 나섰다. 가는 길에도 울황제의 따뜻한 손을 꼭 잡고 가려고 했는데 우리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시는 권사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종종 가는 길에 모셔다 드렸더니 차를 갖고 온줄 알고 타고 가려고 하신 것이다.
“권사님 같이 걸어가시게요. 눈오는 밤이 참 좋습니다.”
“위험해서 차 안 갖고 온겨.”
“예, 같이 데이트 하시게요.”
울황제와 권사님이 나누는 대화 속에 1초 동안 우리의 오붓한 데이트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가로등 불빛아래 눈이 하얗게 쌓인 인도를 혹 넘어지면 부축하려고 권사님을 가운데 세워 걸어오는데 참 고즈넉했다. 사방은 고요하고 차도 어쩌다가 한 대씩 눈길을 걸어가고 우리는 눈오는 밤 옛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세상 참 좋아졌지. 옛날에는 가스도 수도도 전기불도 없는 시절에 명절이 되면 온가족이 모여 불때서 그 엄청난 음식을 만들었고 꽁꽁 얼어버린 냇물 깨서 물 길러왔고 호롱불에 어둡게 살았어.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행복했고 그립네.”
육십이 넘으신 권사님은 어린시절을 기억하며 지금 세상은 불평과 불만을 늘어 놓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세상 참 편해졌는데 오히려 힘들어서 못산다고 안타깝다고 하셨다. 그때의 설날은 직접 조청도 만들고 떡도 하고 돼지도 한 마리 잡아서 아주 큰 명절 중에 명절이였다고 하셨다.
선교로 우리교회가 러시아에서 교회를 건축할 때 우리 성도들 밥을 해주시기 위해 3개월 동안 러시아에서 생활하신 권사님은 성도들을 자기 자식마냥 먹을 것을 챙겨주시는 엄마같은 분이시다.
명절을 쇠기 위해 일주일 전에 시골에 가서 그 어린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조청도 만들고 쑥떡도 해오셨다고 하셨다.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파트 현관문에 도착했다. 2층에 사신 권사님은 우리를 집까지 올라오라 하신다. 그러더니 아주 늦은밤 귀한 것을 주신다.
“조청에 쑥인절미 찍어 먹어봐 맛있을거야.”
“감사합니다. 권사님. 잘 먹을께요.”
“내가 둘만의 데이트 오늘 방해했지.”
-아니요. 옛날 이야기하며 너무 좋은 시간이였어요.
우리는 엘리베이트를 타고 집으로 올라오면서 권사님의 따뜻한 마음을 읽었다. 시간은 늦었지만 늦은 밤 뱃살은 나올망정 쑥떡을 먹기 좋게 잘라 조청에 찍어 먹었다.
여기서 잠깐...
“자기야 다 먹기 전에 사진 찍자. 그래야 두고두고 얘기하지”
배도 고프고 막 땡기는 쑥떡을 사진 찍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센스만점 울황제...
<촬영에 협조해주신 울황제께 감사를 드립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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