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여행, 떠나는 기쁨

[장성] 남창계곡~은선계곡~갓바위 1

순수산 2010. 9. 27. 09:12

 

갓바위를 향해 출발~

<산행 입구에서>

                               ○언  제 : 2010. 09. 23  오전 11시~오후 4시

                               ○코   스 : 장성 전남대 수련원-은선골-갓바위-입암산성-북문-남문-산성골-남창주차장(왕복5시간)

                               ○누구랑 : 0순, 0수, 0산(순수산 가족)

 

 

추석명절엔 1박2일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2년째 다녀왔는데, 올해는 부득이하게 부모님과 형제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주 한가한 추석명절을 보내고 추석 다음날 장성 남창계곡을 다시 찾았다. 그 산행코스가 참 좋아서 선택했다.

울황제의 발목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걷기엔 아직도 불편하여 계곡을 따라 <삼나무 숲길>까지만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한여름에 갔을때는 계곡마다 사람으로 가득 찼는데, 가을에 찾은 남창계곡은 쓸쓸했다.

그리고 계곡물도 많이 줄어들었다.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다. 전혀 연락도 하지 않고 우리가족만 왔는데, 내 셀가족인 공원직원 00씨를 만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뒷모습이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어떻게 오셨어요."

"반가워~ 와아   어쩜 여기에서 만나냐."

 

우리는 정말로 반가워 얼싸안았다. 남직원과 갓바위까지 올라가 거기서 도시락을 먹고 내려오는 것이 오늘의 미션인가보다.

물론 올라가면서 직원이 하는 일이 있겠지. 등산객이 부탁하면 사진 찍어주기....쓰레기 줍기...시설물 체크 등

그래도 내 보기엔 정말로 좋은 직장이다. 하하하

 

 

우린  천천히 올라가겠다고 먼저 올라가라며 기념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00씨를 보냈다.

<장성새재> 옛 선비들이 과거시험 보는 가는 길이라 했다.

금방이라도 갓을 쓴 선비가 장성새재 옛길에서 나타날 것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삼나무 숲길>

 

<삼나무 숲길>은 여름에 교회 성가대에서 왔기에 두번 가는 길이다.

어찌나 쭉쭉 뻗은 삼나무가 좋던지, 폐부 가득 삼나무향을 들이 마셨다.

 

 

혹시 무리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아래 울황제는 양쪽 스틱을 의지한채 천천히 한걸음씩 옮겨갔다.

결국 삼나무 숲길 중간지점 쉼터에서 이렇게 누워버렸다.

다치기 전에는 산을 다람쥐처럼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치료중이라 많이 자중하며 걷고 또 걸었던 것인데

발목에 무리가 간 것 같았다.

 

 

 <은선계곡을 따라>

 

 

삼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가 울황제가 무리가 될 것 같다며 그냥 내려가자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모처럼 가족이 함께 한 휴가인데, 무척 아쉬웠다.

우린 그 아쉬움을 뒤로한채 다시 처음 시작한 곳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다시 한번 올라가자,며 울황제가 앞장을 선다.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돌아가게요~~~"

"괜찮아, 천천히 걸어가보게~"

 

 

그래서 우리는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계획으로 삼거리에서 은선계곡 쪽으로 걸었다.

처음 가보는 이 길은 울창한 숲으로 그늘져 시원했고, 좌측에는 은선계곡의 물소리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줬다.

오르는 내내 좋다고 서로 감탄하게 되었다. 모처럼 산행을 가게 된 울아들도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빠랑 주거니 받거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둘이 걷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데

참 흐뭇했다.

가족과 산행을 가면 많은 것이 좋겠지만 특히 자연을 벗삼아 대화의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나누지 못하는 수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아픈 다리를 좀 쉬게 하려고 계곡물에 발을 담아 피로를 풀어주는 울황제...

계곡물이 그렇게 차갑지 않았다. 

 

 

카메라로 줌해서 찍었더니 이런 멋진 모습이 나온다.

 

 

산죽가지로 돛단배도 만들어 띄우고...

"아들~ 나중엔 네 아들이랑 산에 오게 되면 산죽가지로 돛단배 만들어 이렇게 띄우렴."

어느새 아들은 아빠한테 전수받은 돛단배를 뚝딱 만들어 계곡물에 띄운다.

 

 

하하하

아들이 입고 있는  흰티는 사이판 신혼여행가서 사 입었던 내 옷인데 17년이 지난 것인데 지금은 아들이 입고 있다.

허리에 맨 이 옷도 내 옷인데 아들이 걸치고 있다.

아들은 성가시게 옷타령을 하지 않아서 좋다. 아무 옷이나 주는대로 입어줘서 고맙다.

 

 

비록 느리지만 한걸음씩 걷다보니 걸을만한지 <갓바위>까지 가보자고 한다.

난, 무리하지 말자. 다음에 가자. 이만하면 됐다. 해도 울황제는 괜찮다며 가자고 한다.

 

 

어느새 우리는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계곡을 따라 갓바위를 향해 오르고 있었다.

우리의 텔레파시는 또 통했나보다.

갓바위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갓바위에서 내려오는 00씨를 만나게 되었다.

우연이 겹치다 보니 필연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또 반가워 남은 간식을 나눠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오셨어요 다리는 괜찮으세요?"

00씨도 놀라는 모습이다.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얘기를 나눈 뒤 00씨는 내려가고 우리는 올라갔다.

  

 

 

갓바위가  눈 앞에 보인다. 동굴바위 위에서 아들이 한컷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