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는 사랑의 마음
올 겨울 광주에 눈이 참 많이 왔습니다. 첫눈으로 인해 이틀 동안 교통이 마비되더니 그 뒤로도 40 센티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적설량을 보여줬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그 해 풍년이 된다고 하던데 풍성한 가을이 될것 같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니 따사로운 봄 햇살이 더욱 반갑습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선물을 받는 것보다 줘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한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지인들의 도움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신세에 보답하고자 선물을 하면서 진정한 마음을 갖고 세심하게 고른 선물보다는 인사치레로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누구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은 여간 고민되는 일이 아니였습니다. 선물 받을 사람의 취향을 일일이 알 수도 없고 그렇게 세심하게 배려할 시간도 없어 부담없다던 현금으로 대체하고 ‘나는 할 일 다했다’고 자위했으나 왠지 인간다운 정겨움은 맛볼 수 없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과일 한 상자를 사서 친지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배 한 상자가 저희집에 선물로 들어온 것입니다. 과일이라는 것이 오십보백보라 뜯어보지도 않고 마침 잘됐다, 싶어 그것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고 갔던 과일상자가 절반이상 상했다는 것을 안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였습니다. 상한 선물을 받고 친지도 숱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평소 나답지 않는 행동에 놀랐을 것이고 고민하다가 너무나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 것입니다. “어려운 분한테 이런 선물 하지 말아라.” 그 일로 인해 내 불찰을 반성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상대가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모습까지 그려가며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사모님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모님이 저에게 주신 선물에는 각각 가슴 절절한 사연이 있으며 절대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어떠한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 사모님이라 어렵다면 한없이 어려운 관계인데 먼저 거리의 벽을 사랑으로 허물어 주셨습니다. 직원을 가족처럼 아니 가족보다 더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남편이 자고 나면 뒷목이 뻐근하다고 하니 기능성 베개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저는 베개가 선물이 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시어 꼭 필요한 ‘그것’을 선물하시는 배려에 놀랐습니다. 그때 선물의 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손발이 차서 고생하는 저에게 주라며 고가의 온열치료기도 남편 손에 들려 보내주시고, 고혈압에 좋다며 따끈따끈한 양파즙을 한 상자 보내 주셨고 외국에 다녀오시면 아이에게 주라며 그 나라 화폐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정말 지금껏 받은 선물이 각각 의미를 갖고 있지만 아마 죽어서도 잊지 못할 선물은 백도와 신앙입니다. 제가 몸이 아파 식음을 전폐하고 있을 때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배만큼이나 큰 백도(白桃)를 한 상자 주셔서 그것을 달게 먹고 거짓말처럼 기력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의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하시며 신앙생활을 하게 도와주셨던 것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신앙을 통해 당연했던 것들이 기쁘고 감사하게 여겨지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자녀교육에 현명한 조언자가 되어주시고 구구절절 인생철학을 듣고 있으면 보약을 한재 달여 먹은듯 허약한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항상 충만한 선물에 감사드리며 받기만 하고 보답하지 못해 늘 죄송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삶의 모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사모님처럼 살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면 먼훗날 “참 괜찮은 삶이였다.”고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이 힘들고 어둡기만 할 때 언제라도 찾아가면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실 분. 바로 이해련 사모님입니다. 존경합니다.
2006.03.15
<편지글> "행복한 동행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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