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조카,나의 엔돌핀

조카와 일곡동 나들이

순수산 2008. 5. 26. 09:03

조카를 돌봐야 된다는 특명아래 아들녀석 대동해서 뒷산 "한새봉"에 올랐다.

민기는 모든 것이 신기한듯 직진보다는 꽃게마냥 옆으로 가기를 좋아했다.

개미 집어 올리기, 나무향기 맡기, 지렁이처럼 생긴 나무열매 만지기, 기분 좋을때 나오는 말뛰기하기....

산을 얼마나 잘 올라가는지 재잘재잘 거리며 쉼없이 놀이에 빠졌다. 

민기는 마냥 좋은데 아들은 날벌레들이 신경을 쓰게 했나보다.

얼굴에서는 온통 "나 짜증났음" "민기 돌보기 힘듦"...

하다가다 민기의 생뚱맞은 행동에 같이 웃곤 했다.

"이모는 맨날 사진만 찍자고 해"

사진찍는 것보다는 더 좋은것은  마냥 뛰어다는 것인데 이모의 등쌀에 지친 민기...

시키지도 않았는데 헝아가 하는대로 따라하는 따라쟁이 민기.

헝아가 박수치면 따라서 박수치고 담벼락에서 손벌리고 서보기,라고 주문하니 민기도 헝아처럼 한다. 

그래도 사진찍는 것보다 더 좋은 딴청피우기... 

"엄마 사진만 찍지 말고 여기에서는 언제 밥 먹어요?"

"엉, 날잡자." 

주변에 말타기를 차례대로 타보더니 고난도의 놀이기구 밧줄타고 올라가기에 도전했다.

두단계까지 올라갔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것이다. 

제 스스로 밧줄잡고(사실 민기는 겁쟁이다) 최고로 안전한 모습으로 올라갔으니... 

민기와 놀이에 시시해버린 아들녀석이 축구상대를 간절히 원하기에...

숙제하고 있는 황제를  불러냈다. 역시 축구는 아빠와 아들이 할 때 제일 보기 좋다.

축구공 하나로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정이 쌓인다 쌓여... 

두 벤치 길이를 골대라고 생각하고 서로 골넣기 하고 있는 두 사람.

이럴때는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모른다. 하지만 순간 돌변하는 두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