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민기와 한새봉 산행
뿔뿔이 흩어지면 살수 없다. 우리서로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나란히
네가 살아야 나도 살고 내가 살아야 너도 사는 것이다.
相 生
도서관에 근무하는 울여동생의 미션이 떨어졌다.
"언니, 민기 데리고 산에 좀 다녀오소...."
허걱...
사춘기 울아들만큼이나 다루기 힘든 4살 조카녀석과 나는 임무수행을 위해 울아파트 뒷산
한새봉에 오르기로 했다. 아파트를 바로 나서니 이녀석 낙엽을 한손 쥔다.
-이모, 왜 나무잎이 떨어지는 지 알아?"
-왜 그러는데 민기가 말해줘 봐.
-가을이잖아.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이 맑다. 오후 4시경 해도 오후 4시 정도에 걸려있다.
-이모, 하늘에 구름은 어디로 갔어
-글쎄, 어디로 갔을까 민기 네가 알고 있니
-친구들 만나러 갔어
-그랬구나
이 녀석은 지가 답을 다 알고 있다. 그냥 확인대답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어찌나 질문세례가 많은지 처음에는 꼬박꼬박 대답해주다가 절반으로 할인대답을 하게 되었다.
아니 그럴수밖에 없다. 세상천지가 호기심인 이녀석에게 궁금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1시간 가량의 산행을 위해 우리의 발들에게 당부한다. 탈없이 씩씩하게 걸어다오.
뭔소리... 순수한 민기녀석과 함께 하니 내나이 두자리수에서 뒷자리를 분실했나보다. ㅋㅋㅋ
카~아, 단풍 예쁘다.
가을은 바삐 가려고 하는데 나는 가을이랑 하나도 놀지 못했다. 아쉽다.
이 가을을 보내놓고 한동안 또 가을앓이를 하겠지.
사무실에 매여 가을이 가는지... 겨울이 오는지... 출근하고
퇴근하면 사방은 컴컴하고 헤드라이트 켜고 바삐 집으로 간다.
왜, 울아들 밥차려줘야 한다.
바쁘다, 바뻐...
산 입구에서 일단 사진찍고...
<조카와 열심히 놀아줬다는 것을 사진은 말하고 있다.> 증거자료...
아기단풍이다. 오리 발같다.
이 녀석 뒤태가 멋지다...
낙엽도 제각각 나무에 따라 나무잎에 따라 색깔도 향기도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다르다.
-이모, 햇빛 때문에 눈이 너무 부셔요
-그래, 그럼 해를 등지고 서 있어. 사진 또 찍자
산에 어느정도 오르니 운동기구가 나타났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가겠는가...
본 것은 있어 가지구... 바로 달려가더니 발판을 좌로 우로 돌린다.
윗몸 일으키기도 5번 정도 하고...
그러더니 이모 이것 미끄럼틀이다. 반대로 주르륵 내려온다.
바람이 우리곁을 스쳐가더니 나무에서 나뭇잎이 스스륵 떨어진다.
이녀석 떨어지는 나뭇잎이 雪 이라도 된 것처럼 열심히 쳐다본다.
국민요정 김연아가 울고 가겠다.
꺽어지는 허리선... 아니다. 목선이네. ㅋㅋㅋ
벤치 위에 올려놓았더니 단풍속이 궁금한가 보다. 뚫어져라 쳐다본다.
스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길을 낸다.
-이모, 이모도 나처럼 해봐. 재미있어요
-그래, 민기가 하라고 해서 해보니 진짜 재미있다.
아이들의 얼굴은 해맑다.
주름도 없고 어두운 부분도 없고 평온하다.
욕심도 없고 거짓도 없고 순수하다
세상 모든 것들이 궁금하고 신기하고 의문 투성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덩달아 맑다.
웃을 일이 많고 순수하고 건강하고 기쁘다.
제자훈련 숙제와 연말이 되어가니 결산할 것도 많아 업무량이 가중되어 머리속이 복잡했었는데
1시간 가량 조카와 산행을 다녀오니 거짓말처럼 머리속이 개운하다. 사실은 조카를 내세워 내가 더 낙엽을 밟고 싶었다.
세상의 더께에 무거웠던 머리속을 가볍게 해줬으니 동행했던 울조카에게 감사해야겠다.
순간순간 이녀석의 입에서 터져나온 나를 아주 놀라게 한 질문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 이녀석과 같이 놀게 된다면 꼭 수첩과 볼펜을 챙겨가서
순수 덩어리 이녀석을 취재해야겠다.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놀고 행복할 수 있도록 이 나라를 건강한 나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