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여행, 떠나는 기쁨

무등산행<2009년 1월1일>

순수산 2009. 1. 2. 14:38

 

 새해, 첫날 산행계획은 월출산 구름다리까지 올라가기였다.

하지만 눈발이 심상치 않아 무리였기에

광주에서 가장 멋진 무등산을 가기로 집을 나섰다.

 

 하늘은 시시각각 변화무쌍하다.

자가운전보다 아주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버스가 이렇게 편리하게 변한지는 애진작에 몰랐다.

정류장에 내가 타야할 버스가 몇분후에 도착한다는 전광판이 있고

버스노선이 한눈에 알아볼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아들은 교통카드를 이용하고

우린 천원지폐를 두장 밀어넣었다.

 

"각시, 천원지폐가 없고 만원권만 있으면 구천원을 남겨준대?"

"나도 잘 몰러유~ 하지만 기사님이 남겨주겠죠."

 

오랜만에 버스를 타서 설레이는지 울황제는 궁금한 것이 많은가 보다.

"내가 버스를 탈때는 350원이가 했는데..."

'언제적 이야기인지... 혼자 궁시렁궁시렁...'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캬~ 광주시민이 다 올라온듯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다.

이럴때 버스타고 온 것이 얼마나 현명한지...

 

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우리는 등산화에 아이젠을 끼웠다.

그런데 이 아이젠이 1년에 한번 사용할까말까 한 것이라

구입한지 너무 오래되어 구식중에도 구식이다.

 

아들의 아이젠을 장착해주고

연달아 나의 아이젠을 장작해주고 울황제도 본인 손으로 아이젠을 장작하고

산엘 잘 올라갔다. 그러나

십여분쯤 잘 걷다가 아이젠이 벗겨졌다.

 

또다시 울황제 그 추위에 아이젠을 묶어주고

나의 아이젠을 점검해주고...

 

또다시 벗겨지고

울황제 아이젠을 다시 단단히 동여매주고... 

이러기를 아이젠을 손대면서 30여분이 소비해버렸다.

 

"내가 아주 머슴이여~"

급기야 울황제 볼멘소리를 해댄다. 

 산에 가면 어디가 아프다, 힘이 들다, 춥다, 넘다, 땀난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을 열심히 해대는 아들녀석을 겨우 데리고...

이렇게 멋진 무등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줘도

"엄마, 사진 좀 안 찍으면 안돼~"

언제부터 아들은 사진찍기를 거부했다.

아마 얼굴에 분화구(여드름)가 생기면서 그럴 것이다.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생각해주는 척 한장 찍어준다.

 

 멋내다가 얼어죽는 것보다 이렇게 군고구마 아줌마처럼 무장하는 것이 남는 것이다.

난..... 아줌마일뿐이고...

 방금 북에서 오신 분처럼 어째 울황제도 포스가 잘 안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

 

중머리재로 우리는 다시 내려갔다.

 

 털복숭아처럼 보인 산맥이 갈비뼈마냥 도두라졌다.

한여름에는 그 산에 푸르름이 녹아있는데...

겨울은 모든 것을 털어버린다.

비워버린다.

그리고

봄이 되면

다시 시작한다.

 폼은 스키타는 분위기이다.

 

 

 

 분명, 이 태양은 2009년 1월 1일의 태양이다.

어제의 태양과 다를 것은 없지만

태양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다를 뿐이다.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고

이렇게 만천하에 따사로운 기운을 준다.

"엄마, 먹는 것으로 장난하면 안돼~"

"먹는 것으로 장난을 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다시 먹으면 되는겨~"

 

간식으로 커피와 간이 된 오징어채와 고구마와 배즙을 먹으면서

새하얀 눈에 귤삼형제를 올려놓았다.

우린 그 삼형제를 잘 까서 한입에 쏙옥 배어 물었다.

 

과즙만큼이나 상쾌했던 새해 첫날

무등산행을 잘 나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