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눈길따라 발길따라 행군

순수산 2009. 1. 28. 10:38

 한달에 한번씩 주어지는 선물 중에서도 선물같은 휴무날이다.

나와 잘 놀아주는 울팀장님과 오늘 하루 재미있게 놀았다.

내가 뭐를 하자고 하면 거의 무조건

"좋아 좋아"

성격 좋은 울팀장님... 고마워라.

눈이 간간이 내리고 우리는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뒷산 한새봉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마을 돌아보기

<행군>

<정거장에서 곶감 드심>

 

 지팡이를 집고 한시간쯤 걸었을까.

일곡동-양산동-본촌동

사실 나나 팀장님이나 초행길이다.

눈은 내리고 주변은 고요하고

배낭여행 나온 학생마냥 즐거웠다.

<손은 벌개서도 곶감은 여전히 들고 있다/먹어야 사는겨>

 

 조금 수용소 분위기는 나지만 좁은 길을 가다가 만나는 정거장이

우리의 쉼터가 되었다.

네모난 창을 통해 바라다 보는 세상이 흥미롭다.

 소녀같은 울팀장님...

해맑다.

 이건 또 뭐야.

아주 귀여운 척...

세상밖에서 바라본 수용소(?)

 그래 그래 웃자.

웃지 않는 날은 죽은 날이라 했지.   ㅋㅋㅋ

 아이구 불쌍해라.

추워서 달달달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고

우린 그냥 셀카했다.

뽀사시 두번 처리하니 쪼매 볼만 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추위에 얼굴은 빨갛고

화장안한 얼굴 우리가 보기에도 힘들만큼 심난했다.

 

 

장장 2시간하고도 20분가량 둘이 걷고 또 걷고 걸었다.

본촌동으로 해서 패밀리랜드해서 우리의 도착지 목욕탕까지...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2시간도 20분 마냥 긴시간이 아니였다.

목욕탕에 들어가니 그제서야 우리의 몸은 녹았다.

눈도 슬며시 감길라 하고

걸을때는 몰랐는데 허벅지도 뻐근했나보다.

 

간식을 이것저것 먹어서 배가 고픈줄은 몰랐는데

이놈의 습관은 어쩔수 없나보다.

오후 2시를 가리치는 시계를 본 순간 배가 고파왔다.

식당에서 보리밥이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울팀장님이 자기 집에 가서 먹잔다.

 

"오겹살을 배추김치에 싸먹게."

"오잉"

 

김장배추를 살짝 씻어 물기를 꼭 짠후 썰지 않고 접시에 놓는다.

돼지껍질까지 있는 오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배추 한잎에 싸서 먹는다.

입에서 배추 씹히는 소리가 아삭아삭거리고

느끼할 것 같은 오겹살은 배추의 산뜻한 맛에 느끼한 맛은 출장 가버리고

그저 색다르고 새로운 맛이 창출되었다.

나 오겹살 하나 먹을때 울팀장 오겹살 두개 싸서 먹고...

많이 먹으라고 여러번 굽더니만 정작 팀장님 입으로 마구 들어갔다.

그 모습도 이뻤다. ㅎㅎㅎ

이 맛난 오겹살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팀장님 다음에 또 해줘 잉~"

 

 

고기에다 밥도 먹었겠다 밖에는 눈도 내리겠다 피로는 풀려 잠은 오고

우리는 식탁에서 뜨끈한 거실로 내려가 반수면상태에서 얘기를 했다.

마침 동무가 와서 팀장는 잠깐 꿈나라에 가고 동무와 나는 다시 얘기를

나눴다. 시간은 4시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놈의 엉덩이는 아직도 거실

바닥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와 4시에 들어가는 바람난

아줌마...

 

그래도 나는 이 바람이 너무 좋다.

두루두루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