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2009. 2. 9. 10:04

                일요일 교회를 다녀와서 3시 30분에 대학후배를 우리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번 한새봉 산행은 우리집 있는 곳에서 시작하여 후배집 있는 쪽으로 내려오자고 했다.

이 시간에 정확하게 나타난 후배와 나는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산으로 출발했다.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는 것은 후배와 나의 닮은 점이다.

그만큼 우리는 닮은 점이 참 많다.

후배는 이틀전 모임의 후유증(?)으로 몸이 힘들었을텐데 참으로 다람쥐마냥 산을 잘 오른다.

독기를 빼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는 후배의 말에 웃음이 나왔지만 아무쪼록 산에서 좋은 것을 많이 담아가기를 바랬다.

나는 이틀전부터 이상하게 오른발이 시큰거리더니 걷기가 좀 불편했다.

웬만해서는 파스를 붙이지 않던 내가 등산으로 몸을 다진 후배와의 산행 계획 때문에

나이 먹은 태를 내지 않기 위해서, 또 뒤쳐지는 나를 내가 용납하기 힘들어서 파스를 발에 붙였다. 

 

  

 시끄러운 헬스장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서로 나누면서 우리는 아니 후배는 앞만 보고 산에 올랐다.

주로 혼자 산을 올라 다녔다던 후배는 거의 경보수준으로 빨리도 오른다.

지난주에 혼자 이 산을 올라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다던 후배를 데리고 한새봉의 가이드 역활을 톡톡히 하려고 했는데....

아불싸, 후배의 발에 맞쳐 바삐 걷다가 원래 가려고 했던 길을 놓치고 이상한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정상이 아니라 이상한 내리막길로 가고 있는 우리는

"안되겠다. 길을 잘못 들었어. 조금만 올라가면 되니까 다시 되돌아가자."

정확하게 10분을 허비(?)했다.

 

보통 왕복 2시간이면 널널하게 다녀오는 시간인데 산행후의 일정에 작은 차질이 생길 것 같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물 마시는 시간도 아껴가며 우리는 다시 정상을 위에 막 걸었다.

일단 목표가 세워지면 옆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 꼭 달성하고야 마는 습성이 후배와 나의 닮은점이였다.

무슨 일을 할때 항상 앞장서서 한다든가

앞에서 얼쩡거리는 것을 편히 쳐다보지 못한다든가

매사 끊고 맺는것이 정확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또 닮아있었다.

우린 그래서 통한다.

 

 

 

 

순식간에 우리는 정상에 올랐다. 얘기하느라 후배따라 올라가느라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랐는데

힘든 표정 하나 없는 후배를 보면서

'내가 늙은겨~~~'

'나이를 인정해야 하나'

'이기면 이겼지 지기 싫어하는 나도 어쩔수 없나봐'

혼자 별 생각을 하면서 가져간 간식 중에 사과를 반으로 쪼개서

둘이 먹었다.

"선배랑 같이 오면 맛있는 것 많이 먹겠어요."

"산에 올라와서 먹는 재미라도 있어야지."

"저는 물병 하나 들고 오는데..."

"너는 고수고 나는 하수라서 그래."

 

곶감도 먹고 사진 찍기 싫어하는 후배를 꼬셔 사진도 찍고 많은 대화도 나누고 건강도 다졌던 좋은 시간이였다.

내려오는 길은 훨씬 짧고 편했는데

하하하

의외로 비탈진 경사로를 잘 못내려오는 후배를 뒤로 세우고 나는 주르르 막 내려왔다.

ㅋㅋㅋ

 

산을 내려와 아스팔트 길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1시간 30분이 걸렸다. 10분을 허비하고도 빠르게 내려왔으니

우리가 얼마나 산을 빨리 걸었는지 알 것 같다.

 

모든 것이 다람쥐마냥 가뿐하게 걷는 후배 덕분이다.

다음에는 짝꿍들과 함께 오자고 약속했는데....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