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2009. 2. 13. 09:33

 데이트 약속이 있었다. 그것도 젊음의 발산지 대학교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자가 운전이 아니라 걸어서 만나기였다. 모든 것이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였다.

또한 나를 위해 맛있는 것을 사준다는 것이다. 지화자 얼씨구...

 

6시 퇴근을 하고 약속장소로 나서는데 비가 오려나 바람이 몹시 불었다.

바닥에 나뒹구는 낙엽이 바람결에 부~웅 띄워 날리고

걸음을 더디하는 맞바람도 맞았다.

그런데 그 바람은 춥지도 밉지도 않는

상쾌한 바람이였다.

 

흥부의 형 "놀부보쌈"에서 만나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워낙 사람이 많은 음식점이라 주변은 시끄러웠지만 우리는 그럴수록 더욱 가깝게 다가앉아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게 되었다.

 

추우면 더욱 가깝게 다가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듯이

비가 오면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 속에서 서로 가깝게 붙어 다니듯이

주변이 시끄러우면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되어있다.

 

 <The flower gallery  LA REINE cafe>

 

그녀는 또 다른 나였다.

 

살아왔던 환경, 맏이로서의 책임감, 기질...

약자에게는 한없이 잘해주고

강자에게는 더욱 강하게 싸우는 전사(?)

 

책읽는 습관, 작은글씨는 속 터져서 못쓰는 큰 글씨의 소유자,

나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

해야 할 일도 많고 느끼는 행복과 재미도 많다는 것,

비젼이 있다는 것...

 

내 친구 언니가 운영하는 <라헨느>카페에서

우리는 은은한 음악에 부드러운 커피를 마셨다.

카페가 온통 커피향과 꽃내음으로 향기로왔다.

 

마술같은 손놀림으로 꽃다발을 만들고 있는 친구 언니한테

"언니는 인생이 참 복터졌슈~, 은은한 커피향 속에 화려한 꽃밭에서 매일 사니...."

미소짓던 언니는

"보기와는 다르게 참 힘들다. 몸이 고달퍼"

 카페의 아기자기한 소품속에 생가지 옆에 줄로 매단 <하트 in 하트>를 발견했다.

우리의 마음이 네모와 세모가 아닌 이런 하트의 마음만 품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아름답지 않는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갖기를

하찮고 사소한 것을 아주 특별하게 승화시키는

만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시류를 거슬러 꿋꿋하게 버텨나가는

육체는 늙지만 맑은 영혼을 향하여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가 하는 말과 행동과 생각과 느낌이 나와 무척 닮아있기에

나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고로 나는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