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의 마음
배추의 마음
나희덕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득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 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중3 아들이 국어책에 나온 나희덕님의 시 "배추의 마음"을 가지고 숙제를 하고 있었다.
숙제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내가 이 시를 천천히 읽어보니 시인의 무엇을 얘기하고픈지 알 수 있었다.
"아들, 배추의 마음이라는 시를 읽어보니 엄마는 이런 마음이 든다."고 내 느낌을 간략하게 전했다.
"그리고, 엄마는 이 시인을 도서관에서 만나봤어.
-지인 짜아~~"
"그럼"
배추를 갖고 김치만 담가봤지. 아니다 나는 한번도 배추로 김치를 담근적이 없으니.....
<감사하게 아직까지 친정엄마가 해주신 김치를 먹고 있음>
배추를 사서 쌈은 싸먹어봤지만
배추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이 시를 접하기 전에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정말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이렇게 시인처럼 따스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이 세상이 아름다울까...
정말 시인은 꼭꼭꼭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잠시나마 마음을 정갈하게 해준다.
마지막 줄에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는
아들이 교과서에 물아일체,라고 적어놓았다.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된다는 표현인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