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2009. 3. 18. 09:11

 

 

 

                           배추의 마음                                 

                                         나희덕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득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 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중3 아들이 국어책에 나온 나희덕님의 시 "배추의 마음"을 가지고 숙제를 하고 있었다.

숙제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내가 이 시를 천천히 읽어보니 시인의 무엇을 얘기하고픈지 알 수 있었다.

"아들, 배추의 마음이라는 시를 읽어보니 엄마는 이런 마음이 든다."고 내 느낌을 간략하게 전했다.

"그리고, 엄마는 이 시인을 도서관에서 만나봤어.

-지인 짜아~~"

"그럼"

 

                     배추를 갖고 김치만 담가봤지. 아니다 나는 한번도 배추로 김치를 담근적이 없으니.....

<감사하게 아직까지 친정엄마가 해주신 김치를 먹고 있음>

배추를 사서 쌈은 싸먹어봤지만

배추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이 시를 접하기 전에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정말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이렇게 시인처럼 따스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이 세상이 아름다울까...

정말 시인은 꼭꼭꼭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잠시나마 마음을 정갈하게 해준다.

 

마지막 줄에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는

아들이 교과서에 물아일체,라고 적어놓았다.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된다는 표현인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