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여보가 까꿍으로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토요일에 목포 부모님댁에 찾아갔다.
요전에 집수리를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수리가 끝난 정돈된 집을 보니 새집처럼 예쁘다.
그도 그럴것이 도배뿐 아니라 묵은 살림도 많이 버리고 그 자리에 새 살림으로 들어 앉았다.
몇십년간 사용해온 가구들도 사람처럼 해가 가면 갈수록 고장이 난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크고 단단하고 푹신한 소파다.
기념으로 소파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유명 메이커 에어컨과 냉장고와 장롱까지...
"어머니 신혼살림이네요. 신혼은 아름다워라."
"어머니 살림살이만 쳐다보고 있어도 배가 부를것 같아요."
오버맨 큰며느리의 말에 싫지 않는 미소를 짓는다.
<사진 찍으시자고 하니 두분이 멀찌감치 떨어져 앉길래 아버지의 손을
어머니 어깨에 척 올려드렸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이쁜가.>
서로 사랑하여 죽고 못살아 결혼한 부부라 할지라도 몇십년간 같이 살다보면 싸우기도 하고 사랑도 희석된 것처럼
느껴지고 사랑보다는 우정같은 부부가 되고 더욱 나이가 들면 서로 쳐다만 봐도 안쓰럽다 한다.
특히 우리집처럼 자식교육 때문에 간간이 의견충돌도 있을 것이다.
많다고도 할 수 있는 칠남매,
여섯은 가정을 이루었고 막내는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두분만 살고 있는 집에
얼마나 웃을 일이 있겠는가. 오래 살다보면 말보다는 느낌과 눈빛으로 대화를 한다는데...
며칠 전 소소한 문제로 서로 부부싸움을 하시고 속상했던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우리의 두분을 위한 웃음작전에 돌입했다.
아버지 핸드폰을 보니 1번에 "여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의 전화번화가 저장되어 있다.
또한 어머니 핸드폰을 보니 아버지와 똑같이 1번에 "여보"라고 아버지 핸드폰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어머니~~~어머니 삶에 가장 중요한 아버지가 1번으로 턱하니 저장되어 있으니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그만큼 어머니 인생에 아버지는 중요하신 분이지요."
"아버지도 그렇죠."
어머니 아버지 그저 웃기만 하신다.
<어느날 부터 총각이 되어버린 큰손자와 함께>
"어머니~~~어째 아버지를 <여보>라고 저장된 것이 좀 밋밋하다."
"나의 사랑 달링이 어때요."
푸하하하
다들 웃느라 넘어간다.
"어머니~~~그럼 이것 어때요.<까꿍>"
어머니가 아버지께 전화할때 1번을 누르면 <까꿍>하고 아버지가 나오는 거예요.
까꿍....까궁...
울황제와 아들과 나는 그 상황이 재미있어 웃고
조금 민망스럽지만 웃을수 있어 두분 핸드폰 1번의 이름으로 <까꿍>으로 저장해 놓았다.
울황제 여기서 한술 더 뜬다.
"어머니~~저는 핸드폰에는 아내를 황후로 아들을 황태자로 진작에 저장해 놓았습니다."
우리는 황제 가족입니다.
ㅋㅋㅋ
핸드폰 이름을 놓고 우리는 30 여분간 웃느라 눈가에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그래도 이 주름은 아름다운 주름이 아니던가.
<든든한 三代>
칠형제 중에서 삼형제네 가족이 부모님을 모시고 횟집에 가서 회를 먹고
집에 다시 돌아와 수박과 참외를 먹으면서 그동안 못나눈 얘기들을 풀어갔다.
가족이 있기에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 희망을 갖게 되고
가족이 있기에 서로 웃을 수 있고
부모님이 계시기에 형제들의 끈끈한 버팀목이 된다.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으로 2009년 어버이날을 맞이하게 되어 감사하고
오늘처럼 부모님이 많이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
'두분 오래오래 행복하게 재미있게 사세요"
참외가 계란더러 친구하재.
실제로 참외를 깍아보니 계란처럼 작아 한입에 쏘옥 넣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달고 맛있었다.
*귀여운 참외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