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조카,나의 엔돌핀

처음 가는 길은 힘들다

순수산 2009. 9. 21. 10:27

라라언니 방에서 이 벽화를 보고 단방에 필이 꽂혔다.

조카도 돌볼겸....예쁜 벽화에서 사진도 찍을겸...

이런 경우를 일석이조라 하지.

 

민기,민채 두 녀석을 데리고 산에 가려고 했는데

동생 민채는 내가 오기 10분 전에 이모를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무거운 눈꺼플 때문에 못참고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아주 안타까운 심정으로 민기 녀석만 데리고 산에 가기로 했다.

"언니~~자고 있는 민채도 깨워서 좀 데리고 가슈~"

도서관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동생이 둘째까지 데리고 가란다...

 

그러나 몇번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기에

애석하게 민기만 데리고 왔다.

 

"이모~~이쪽길은 산에 가는 길이 아닌데요."

"응, 민기야 오늘은 산을 먼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예쁜 벽화를 먼저 보자."

도로변 인도를 따라 천천히 걷는데....이 녀석 뭔가 속았다는 생각이 든지

"이모!! 처음 가는 길은 너무 힘들어요."

하하하

평지를 가는데 힘들단다. 산에 오를려면 경사가 급해 훨씬 힘들텐데 말이다.

지금 산에 가기로 했는데 왜 재미없는 인도로 가냐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똑똑한 녀석' 

 

생각보다 빨리 찾은 벽화에서 먼저 감상을 했고...

대문이 활짝 열어진 그 집 구경도 하고<꽃이 참 많았다.>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뜨기 힘든데 울민기는 이모의 주문을 성실히 이행했다.

 

 

벽화를 보고 산에 오르기 위해 출발길에 섰다.

이 녀석을 데리고 이쪽 길로는 처음 올라간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집까지 꽤 먼거리였다.

 

포즈 한번 잡아보라고 하니 이렇게 장난을친다.

그모습도 예쁘다.

뭣을 한들 안 이쁘리요....조카인데.

 

"민기야~~ 눈을 크게떠봐"

그러면 아주 작게 뜨고...

 

"그럼 민기야 눈을 작게 떠봐..."

그러면 이렇게 동그랗게 크게 뜬다.

하하하

 

5살 조카와 산책을 하면 나는 일단 필기도구를 챙긴다.

어느 순간 어떤 말로 허를 찌를지 모른다. 준비자세를 철저히 해야 한다.

놓치면 손해다.

쉼없이 물어보고 쉼없이 왜 그러냐고 또 물어보고

사실 이런 대답 일일이 하다보면 다리보다

입이 더 아프다.

ㅋㅋㅋ

"민기야~~산에 오면 뭐가 좋아~"

한참을 고심하더니...

"이모~ 햇님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 그럼 햇님과 우리 인사할까"

 

뜬금없이 

"이모~ 신종플루는 나쁜 것이죠."

"그래.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해요."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 속에 이 녀석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민기보다 내심 내가 더 조카와 산책 떠나는 것을 기다렸다.

순수한 조카와 있다보면 머리가 맑아진다.

세상이 깨끗하게 밝아진다.

그래서 다음이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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