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배부르다.
1.가을이 깊어간다.
업무차 은행을 가면서 물들어가는 은행잎을 그냥 스쳐지나갈 수 없었다.
잠시 정차를 해두고 카메라에 담아봤다.
짙은 녹색에서 연노랑으로 물 들어버린 날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이순간을 잡아놓지 않으면 머잖아 짙은노란색으로 물들어버릴 것 같았다.
은행잎은 이렇게 연노랑일때도 참 예쁘다.
은행나무 아래.........앉아
책을 읽으며
바람결에 떨어지는 은행잎을 받아본적 있는가.
있다면 이처럼 배부르고 오진 경험도 없을 것이다.
2.가을은 식욕의 계절이다.
아들이 커가면서 우리가족은 케익 먹을 일이 별로 없다.
워낙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케익 한 조각 입에 넣는 것 조차 싫어하는 사람이다.
아들도 어느날부터, 케익이 맛이 없단다.
아마 그 시기부터 아들은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울황제도 자연식이 좋지 이렇게 달디단 케익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우리 집 황제의 생일이 되자
그래도 촛불은 꺼야 될 것 같아서
어쩔수 없이 케익을 샀는데...
워낙 좋아하지 않기에
이렇게 한입에 쏙 들어가는 미니사이즈의 케익을 세개 사서
각자 먹었다.
"엄마, 이 케익은 마음에 들어. 앞으로 사게 되면 이렇게 작은 것으로 사주세요."
평화로운 가을은 여름보다 먹는 것도 많이 먹지만.....
온갖 풍성한 과일을 끊임없이 먹기에 뱃살은 무서움을 모르고 배곱 밖으로 튀어나올 판이다.
가을은 배부르다.
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동생이 도서관에 근무하기에 내가 동생 덕을 톡톡히 본다.
교회 훈련중이라 숙제하기도 바쁜데....사실 책 읽을 시간이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회사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이 내 눈에 들어오면 그것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전혀 읽을시간이 없어도 일단 접수해 놓는다. 언젠가 시간이 나겠지, 싶어서.
몇개의 읽을 책 목록을 동생한테 전해줬더니
고맙게 집으로 갔다좋다.
6권의 책을 본 순간.....
세상의 유일한 부자가 된듯한 기분....
쪼그라진 허기짐을 맛난 것으로, 몸에 좋은 것으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뛸듯이 기뻤다.
책을 만질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10월이 가기전에 읽자.
내 영혼의 배를 채우자.
4.가을은 등산의 계절이다.
어제 교회를 다녀와서 3시경에 팀장님과 뒷산 한새봉에 올랐다.
지난주 새벽에 올랐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이였다.
제법 빨갛게 물든 나무잎도 볼 수 있었고
빰을 간지럽히는 찬바람도 느낄수 있었다.
찬바람이 부는데 등산으로 이마에서 땀이 나오고 땀으로 옷이 흥건히 젓는것도 기분 좋을 일이다.
물들어가는 가을을 눈으로 볼 수 있음에
깊어가는 가을을 보고자 내 발로 걸을수 있음에
바람소리, 새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귀로 들을 수 있음에
또 감사한 날이였다.
가을을 온맘으로 느끼다보면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채워지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