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시월의 억새 원
<오른쪽에 입석대가 보이고 왼쪽엔 서석대가 보인다>
○무등산 등산코스: 산장버스 종점-늦재샘-바람재-토끼등-봉황대-백운암터-중머리재-용추삼거리-장불재 (↔)<왕복12km>
시월의 마지막 날......가수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우리는 아침 8시에 무등산장으로 출발했다.
격주제로 휴무인 나는 쉬는 토요일이 되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이렇게 휴가같은 토요일이 주어지면 많은 계획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 시행하는데 간혹 본의 아니게 약속이 중복되어 서운한 일도 많다. 우리 교회 건축현장에서 일도 해야 할 상황인데 오늘 일정 때문에 다음주 월요일에 퇴근하고 일손을 도와야 될 것 같다. 여하튼 좀 쉬고 싶었다. 계속 업무가 많아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산에 한 번 갔다오면 앞으로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아 우리는 많은 일들을 뒤로 한채 출발했다.
그도 그럴것이 울황제와 함께 산을 가면 나는 그냥 아무 걱정없이 따라가면 되는데....내가 리더가 되어 앞장서는 것은 긴장의 연속이였다.
한분은 요즘 운동과 수삼을 먹고 몸이 회복되어 산행에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고, 친구는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이 친구 또한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 우격다짐으로 같이 가게 되었다.
무등산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우리는 '좋다, 좋다'하며 자연속에 우리도 자연인이 되었다.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이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입으시고 걸어올라가고 있다. 관광버스 대절하여 단체로 무등산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다. 무등산에서 울긋불긋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무등산은 억새가 이쁘다.
캬~~~ 비장한 마음으로 산을 향해 오르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두사람. 오늘 땀 좀 흘려보자구요.
10월 31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기상청에서 우산그림 그려넣었더니만.....감사하게도 햇빛이 반짝반짝.
해가 비쳐 그늘진 모습이 보인다.....늦재를 통과합니다.
토끼등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렇게 낙엽 쌓인 길을 원없이 걸었다. 싸그락 싸그락 경쾌한 소리가 내 발자욱을 따라온다.
배낭에 귤, 고구마, 물과 자켓 하나 넣고, 먹기 좋게 잘라 놓은 쥐포도 넣어두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우리셋의 가방에는 중복되는 간식이 하나도 없었다. 서로 무엇을 챙겨오자고 얘기한 적도 없었는데....
한분은 수삼을 간 우유와 초콜릿, 오이, 포도......친구는 배, 커피, 배즙....
잠시 목을 축이고자 백운암터에 앉아 시원한 얼음물을 권한다.
"자, 물 좀 마셔~~"
이 분 컨디션이 좋아 오늘 하루 종일 날다람쥐처럼 산을 뛰어 다니신다.
드디어 무등산 중머리재에 도착했다.
아침밥도 부실하게 먹고 왔는데.....세 시간을 걸어오니 점심때가 되었다. 바람은 억수로 불고 그 바람에 억새는 미친듯이 춤을 춘다.
팀장님은 절대 손을 든 것이 아니다. 기지개를 편 것이다.
"아이구 바람이 시원하다. 으샤샤샤샤~~"
은빛 억새가 더욱 더 하얗게 되었다. 억새도 늙어나보다.
억새 뒤로 산이 아롱아롱 겹쳐져 있다.
억새 안에서 억새를 잡고 한 장 찍었다.
억새 안에 앉아서 둥지 안에 병아리처럼 한 장 찍고
중머리재에 올라 이렇게 셋이서 나란히......
캬~~~이쁘다. ㅋㅋㅋ
의자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고 우리는 다시 장불재를 향하여 발을 내딛었다.
이 추위에도 아이스께끼를 파는 분이 계셨다. 한 두 사람씩 사서 먹는데....보는 것만으로도 오돌오돌 추웠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