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조카,나의 엔돌핀

한새봉-이모, 한 번만 업어주세요

순수산 2010. 5. 17. 10:54

 

 

한참을 세월아 네월아 꼴찌로 걸어오는 민채가

"이모~ 한번만 업어주세요."

오죽했으면 엄지손가락으로 1을 가르키며 아주 간절히 간절히 부탁을 했을까...

사실 이 녀석은 힘든 산행에 다리의 힘이 풀린 상태였다. 거의 흐느적 거리며 걸었고

개미걸음만큼 아주 느리게 걸어왔다.

그래도...

"안돼~ 네 힘으로 이모 있는 곳까지 올라와야 이모가 쪼금 업어줄수 있어."

아뿔싸~~이모한테는 애교작전이 먹혀들어가지 않네...라며 민채는 빠른 포기를 하고

그 발걸음을 힘겹게 한발작씩 옮긴 것이다.

 

꽃은 웃고 있는데...

 

 

목적지를 200미터 앞에 두고 이 녀석들~ 넉다운 일초전이다.

내가 괜히 산에 가자고 했어...내가 괜히 가자고 했어,하며 후회하고 있는 민기군~~~

너무 힘들다보면 이런 억지스런 표정이 나올 수 있는 민채군~~~

두 녀석들의 표정이 나를 기쁘게 한다. 

아주 재미가 쏠쏠하다.

 

 

길을 가다가 나뭇가지를 하나 발견하더니

올라오는 내내 땅을 헤짚고 온다. 그러니 그 발걸음이 오죽 늦을까..

개미가 지나가면 개미와 놀아줘야 하고

솔방울이 나타나면 그것을 집어서 던지고...

아무리 빨리 올라오라고 해도 제 할일 다하고 올라오는 민채군...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나보다.

드디어~~~

목적지인 그네에 도착했다.

 

 

 

고생이 크면 기쁨도 또한 크리라.

어둠이 짙으면 동이 틀때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녀석들은 산행을 통해 느겼을까...

그동안 힘든 산행의 보상이라도 받듯 그네도 참 행복하게 탄다.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민채군의 그네타기...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민채군의 한새봉 산행...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산행 후 목욕...

일기는 이런 날에 쓰는 것인데...

글을 아직 못쓰니

이렇게 이모가 남기는 수밖에...ㅋㅋ

 

 

 

쉴곳만 나타나면 벌러덩 훌러덩 누워버린다.

그만큼 힘들었음을 말해준다.

 

 

이것으로 민기,민채의 한새봉 봄나들이 끝~~~~~

 

 

사실 목적지 그네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끌고 갔는데...

도저히 우리집까지 두녀석들을 혼자 데리고 간다는것은 무리수있다.

아마 그 다음날에나 집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미 두 녀석들은 지쳐 있었고

나또한 몸보다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 빨리 와라,하며 떠드니라 입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울황제한테 S.O.S를 쳤다.

 

그네까지 올라와서 함께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가자고 했다.

다행히 울황제의 도움으로

오늘의 조카 돌보기 미션은

잘 수행했다.

 

 

 

 

오전에 산행한 후 오후에 두녀석을 목욕탕에 데려가서 때를 밀고

탕에서 놀게 하고

눈알이 아프게 이 녀석들 물에 빠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보초 서느라

나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다.

사람이 파김치가 된다는 사실을 이럴때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녀석들을 엄마한테 인계인수하고 나는 곧바로

넉다운(드러눕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