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봉-이모, 한 번만 업어주세요
한참을 세월아 네월아 꼴찌로 걸어오는 민채가
"이모~ 한번만 업어주세요."
오죽했으면 엄지손가락으로 1을 가르키며 아주 간절히 간절히 부탁을 했을까...
사실 이 녀석은 힘든 산행에 다리의 힘이 풀린 상태였다. 거의 흐느적 거리며 걸었고
개미걸음만큼 아주 느리게 걸어왔다.
그래도...
"안돼~ 네 힘으로 이모 있는 곳까지 올라와야 이모가 쪼금 업어줄수 있어."
아뿔싸~~이모한테는 애교작전이 먹혀들어가지 않네...라며 민채는 빠른 포기를 하고
그 발걸음을 힘겹게 한발작씩 옮긴 것이다.
꽃은 웃고 있는데...
목적지를 200미터 앞에 두고 이 녀석들~ 넉다운 일초전이다.
내가 괜히 산에 가자고 했어...내가 괜히 가자고 했어,하며 후회하고 있는 민기군~~~
너무 힘들다보면 이런 억지스런 표정이 나올 수 있는 민채군~~~
두 녀석들의 표정이 나를 기쁘게 한다.
아주 재미가 쏠쏠하다.
길을 가다가 나뭇가지를 하나 발견하더니
올라오는 내내 땅을 헤짚고 온다. 그러니 그 발걸음이 오죽 늦을까..
개미가 지나가면 개미와 놀아줘야 하고
솔방울이 나타나면 그것을 집어서 던지고...
아무리 빨리 올라오라고 해도 제 할일 다하고 올라오는 민채군...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나보다.
드디어~~~
목적지인 그네에 도착했다.
고생이 크면 기쁨도 또한 크리라.
어둠이 짙으면 동이 틀때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녀석들은 산행을 통해 느겼을까...
그동안 힘든 산행의 보상이라도 받듯 그네도 참 행복하게 탄다.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민채군의 그네타기...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민채군의 한새봉 산행...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산행 후 목욕...
일기는 이런 날에 쓰는 것인데...
글을 아직 못쓰니
이렇게 이모가 남기는 수밖에...ㅋㅋ
쉴곳만 나타나면 벌러덩 훌러덩 누워버린다.
그만큼 힘들었음을 말해준다.
이것으로 민기,민채의 한새봉 봄나들이 끝~~~~~
사실 목적지 그네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끌고 갔는데...
도저히 우리집까지 두녀석들을 혼자 데리고 간다는것은 무리수있다.
아마 그 다음날에나 집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미 두 녀석들은 지쳐 있었고
나또한 몸보다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 빨리 와라,하며 떠드니라 입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울황제한테 S.O.S를 쳤다.
그네까지 올라와서 함께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가자고 했다.
다행히 울황제의 도움으로
오늘의 조카 돌보기 미션은
잘 수행했다.
오전에 산행한 후 오후에 두녀석을 목욕탕에 데려가서 때를 밀고
탕에서 놀게 하고
눈알이 아프게 이 녀석들 물에 빠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보초 서느라
나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다.
사람이 파김치가 된다는 사실을 이럴때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녀석들을 엄마한테 인계인수하고 나는 곧바로
넉다운(드러눕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