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드림
"경비실에 고추 서너개 놓고 가니...퇴근길에 찾아가렴~~"
퇴근하는 참에 블러그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언니~~고마워요. 나는 해준 것도 없는데.....ㅋㅋ"
집 근처 좌판에서 가지와 양파와 감자를 사 들고 기쁜 발걸음으로 경비실로 갔다.
물만 먹고 자란 무공해 싱싱한 고추와
막 따놓은 싱싱한 가지며
'엄니표' 고추장과
손글씨 엽서까지...
정말로
종이백에 써진 대로
나에게 전해준
언니의 풋풋한
행복드림
이다.
무더위로 통 입맛을 찾지 못했는데...
모처럼 엄니표 고추장에 물만 먹고 자란 무공해 고추를 찍어서 먹으니
출장간 입맛이 제 집을 찾아온듯
맛났다.
언니께
감사드림
"동작그만~~~모두들 베란다로 달려와 봐."
울황제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주방에서 아들은 제방에서 한달음에 베란다로 튕겨갔다.
"아침까지 소식이 없었는데...봐봐 저녁에 부용화가 폈다."
".........."
내게는 뭐 특별한 일도 아닌데...울황제 아주 기분이 업되어있다.
부용화는 3년 전쯤에 휴가차 들린 음식점에서 하도 예쁘게 핀 것을 보고
울황제가 세뿌리만 달라고 해서 겨우 받아온 꽃이다.
3년만에 본 꽃이니 이쁘기도 하겠지만.....
꽃줄기가 내 키보다 커서 도저히 꽃을 감상하기에는 내키가 턱없이 부족했다.
의자 위로 올라 사진은 찍었지만..
정작 꽃은 어떤 모습인지 알수 없었다.
그래서~~~
<부용화/슬쩍 퍼 올림>
<부용화/퍼온 사진>
이렇게 꽃이 여럿 피니 보기에는 예쁘지만....
사실 연꽃과 같은 이 부용화는 힘이 없는 꽃이였다.
아침에 다시 베란다로 가서 보니 이미 져버렸다.
한순간 활찍 피우기 위해 참으로 부단히 몸부림을 쳤을텐데...
정작 화려한 순간은 순식간이였다.
한순간의 꽃일망정 기다렸던 울황제에게는
부용화가 행복을 전했을 것이다.
"친구야~ 그러니까 돼지주물럭에 무슨 양념을 넣어야 너처럼 맛나게 할 수 있는거야?"
예전에 친구가 초대하여 집에 갔는데 주물럭 요리를 참 맛깔스럽게 잘했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맛나게 할 수 있냐고,물어보아서 했지만
정작 내가 하면 영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요전에 돼지 주물럭을 해먹을 일이 있어서 또 다시 친구한테 문자로 물어보았다.
이 친구 바빴는지 통 소식이 없더니만...
"친구아~ 퇴근길에 우리집에 잠깐 들려라~'
"왜?"
'그냥..들려봐~"
친구는 두 용기에 가득 주물럭을 담고, 음료수까지 챙겨서
쇼핑백이 터질만틈 우정을 담아 놓았다.
"친구야~ 내가 요리방법만 알려달라고 했지, 누가 만들어달라고 했어?"
"알아 알아~ 그냥 해주고 싶은거야. 요즘 통 바빠서 온 정성을 다해서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덜 맛있을거야."
일주일 내내 아침마다 온가족이 상추에 주물럭을 싸먹으면서
친구가 생각났다.
선거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친구를 위해 요리를 다해주다니....
정말로 주물럭은 내가 먹어본 것 중에서 으뜸의 맛이였다.
음식으로 섬긴다는 것은 어찌보면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사랑과 우정을 가득 담아서 전해준 그친구로 인해
나는 또 행복했다.
예전처럼 다시한번 그 친구를 위해
밥 사주고 영화 보여주고 집에까지 모셔다드리는
풀코스 서비스로 보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