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2011. 1. 10. 21:34

 

<1970년 초반  엄마품에 안긴 나 >

 

 

동그란 두 눈으로 쳐다보는 미지의 세상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했을까요?

2살인지 3살인지 기억은 없지만

든든한 백그라운드인 엄마 품에 안겼으니

세상이 내것처럼 느껴졌던 마음만큼은 풍요롭던 시절이였겠지요.

 

 

풀잎에서 이슬 떨어지듯

햇살에 봄눈 녹듯

소리소문 없이 가을이 가듯

세월은 흘러 어언 4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엄마의 품은 포근하지 않습니다.

앙상하고 저보다 작습니다.

엄마 품에 기대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를 제 품에 안기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의지하는 엄마가 아닙니다.

엄마가 저를 의지합니다.

무엇이든 저한테 물어봅니다.

엄마는 세상이 두려운 70세 노인입니다.

 

<1990년 중반 내 품에 안긴 아들>

 

2.8 킬로그램으로 아주 작게 아들을 낳았을때

너무 가늘고 작아서 두 다리를 잡고 기저귀를 갈때도 조심조심했습니다.

이 작은 아이를 내 품에 안아 젖을 줄때는

세상이 내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8살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때 그모습이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입학식때 운동장에 수많은 아이들이 줄 지어 서있는데 우리 아들만 보였습니다.

학예회를 할때는 제일 앞 중앙에서

누구보다도 큰 율동으로 엄마를 행복하게 했던 아이였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척척 답변을 해주던 엄마였는데...

아들이 컴퓨터와 친해지면서 더 이상 엄마품은 심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시간만 나면 컴퓨터를 품에 안고 삽니다.

 

아들에게도 한때는 엄마 품이 포근했었겠죠.

그러나 더 이상 아들은 내 품에 안기지 않습니다.

18살인 돼버린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은 저보다 키도 크고 몸집도 커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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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했.던 엄마품을 기억하며~

나의 전부였던 엄마를 이제 마음으로 안아드리렵니다.

나의 전부라 생각하는 아들을 마음으로 늘 안아주렵니다.

내가 사랑하는 두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