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이해불가 제 멋대로 패션

순수산 2010. 8. 24. 11:40

  

 

  

  

 

 

 

업무상 통장을 여러개 들고 은행에 갔다. <이 통장들은 내 적금 통장이 아님을 밝힘. ㅋㅋ>

불볕더위라 짧은 거리를 운전하고 가는데도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차 안에서 헉헉 숨막혀 돌아가실려고 한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 조금이나마 누구려 뜨릴려고 엘리베이터 입구에 거울을 달아놓은 것은 다 아시는 것이고,

은행에도 번호표 들고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TV를 보시라고 하늘에 매달아 놓았다. 그런데 그 TV 모니터에서는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은행 홍보만 하루종일 틀어준다. 소리는 들리지 않고 줄기차게 화면만 봐야 하는

쳐다볼수록 바보가 되는가는 아무 의미없는 바보상자는 오늘도 여전히 은행 홍보만 하고 있다.

<재밌는 영화가 은행 대형모니터에서 나온다면 분명 그 은행은 대박날 것이다.-

에어컨 빵빵한 바람에 여기가 영화관인줄 알고 고객들은 착각할 것이다. 그러나 착각만 하고 은행의 깊은(?)서비스를 

나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객들은 성숙한 사람이니까...ㅋㅋ>

 

오늘도 번호표 들고 내 차례를 착실하게 기다리고 있는데......나는 업무처리 하고 있는 앞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쳐다볼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두사람의 패션이 지금의 이 짧은 글을 쓰게 만들었다. 참 이해불가 제 멋대로 패션이다.

60세 전후반인 아자씨는 도저히 저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패션을 과감히 하고 은행을 오셨다.

좌측분은 반바지에 목까지 올라오는 겨울구두를 신고 목까지 올라오는 겨울양말~~~~분명 계절을 초월하신 분이다. 본인만 만족하면 되는 패션을 초월한 분이다.

우측분은 청바지를 입은 것까지는 좋은데 10센치 이상 바지길이가 바닥을 덥고 걸을때마다 바닥을 닦고 다닌다. 집에 가면 분명 이 바지를 옷방에 걸어놓을텐데...

그 옷방이 먼지와 병균이 득실거릴거라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뻘 되는 좌측분과 딸같은 우측분은 패션에서 말해주듯이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멀고도 험하다.

간혹, 한 집에 살면서 서로 이해해주지 못하는 무늬만 부부이고 무늬만 부모자식 관계가 얼마나 많은가.

상대를 이해하기 보다는 내 것이 맞다고 관철시키는 부모는 자식한테 서운해 하고, 자식은 구식택택이라고 부모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내가 더 나이를 먹어 좌측의 아자씨처럼 남 이목 전혀 생각지 않는 패션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지 않을까, 그때는 이 글을 생각하리라.

내 자식이 더 자라서 우측의 젊은이처럼 바닥을 깨끗이 쓸고 다니는 옷을 입어도 요즘 아이들은 저런 패션이 유행이라던데, 하며 쿨하게 받아줄 수 있을까.

그럼 나는 나이에 걸맞는 옷을, 체형에 안성맞춤인 옷을, 내가 보기에도 만족하고 남보기에도 그렇게 누가 되지 않는 패션을 하고 다니고 있을까,

아닙니다. 아니고요... 나이를 어느 정도 먹으니 "활동하기에 얼마나 편한가!"를 먼저 생각하여 입고 다니니 늘 폼이 나지 않는다. ㅋㅋ

나도 이시간을 통해 반성의 시간이 되었다.

 

은행에서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 은행 갈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왜? 오늘은 한 건 건져 기록한 날이니까...

<기록하지 않는 날은 죽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