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게질 하는 여자
<딸을 위해 특별주문 받아 목도리를 짜고 있는 울 실장님>
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ㅋㅋ
이런 목도리는 눈을 감고도 척척척 짜고
뜨게질로 투피스, 롱코트, 스웨터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뜨게질 선수인 우리회사 실장님입니다.
나는 내가 못하는 것 잘하는 사람보면 일단 존경스럽다.
새벽형인 울황제가 존경스러운 것은
기상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자진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는 정신력으로 기상하지 못하고 늘
띠리리~~~삐리리~~~알람이 울려야만 마지못해
알람을 멈춘 후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시 5분 정도 더 잔 후 어쩔수 없이 일어난다.
ㅋㅋㅋ
그리고 요리 잘하는 사람을 나는 존경한다.
겨우 살기 위해 끼니만 떼우는 격인 내게
음식을 아트 수준으로 만드는 사람 정말로 존경스럽고,
이런 사람이 내 가족이였으면 좋겠다.
잘 좀 얻어먹게~~~~ㅎㅎㅎ
세번째 내가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뜨게질 잘 하는 사람이다.
오잉? 이런 사람을 존경한다고?
그렇다.
<셀가족이 아들 숙제로 시작한 목도리를 얼마만에 뚝딱 만들어 버린다. 신기하다.>
나는 일단 이 뜨게질에 소질이 없다.
그냥 관심이 없다.
작고 오밀조밀한 것
줄맞춰 하는 것 별루다.
공사판에서 삽질 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다.
뜨게질는 영 내 체질이 아니다.
울아들이 중학교 다닐때 기술.가정 숙제로 스킬 자수를 절반 정도 집에서 해가야 했는데,
기술.가정 책에 스킬 자수 순서가 6단계로 자세히 나왔는데,
나는 아무리 책대로 해도 안되는 것이였다.
엄마 체면을 구기며 30분 정도 끙끙대며 못하고 있으니
울아들~
"엄마는 여자이면서 이것도 못해~ 나 내일 숙제 갖고 가야 하는데..어떻게 해."
이러다 날밤 샐 것 같아 늦은시간에 같이 근무하는 후배동료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다.
책대로는 안되었는데, 신기하게 전화로 설명을 듣고 해보니
망사에 한칸씩 엮어지는 것이다.
ㅋㅋㅋ
울황제 자동차의 시트가 하얀 실로 엮은 뜨게질 시트이다.
"부인 솜씨가 참 대단하네요~"
남편 차를 타는 사람은 백프로 이렇게 말한다.
"처제가 해 준 것입니다. 집사람은 이런 것 아예 못합니다."
ㅎㅎㅎ
머리 긴 여자들이 훨씬 여성스럽듯이...
뜨게질 하는 여자들이 삽질(?)하는 여자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다.
돈을 주고 산 목도리보다 누군가 나를 위해 한땀 한땀 정성드려
손수 뜨게질 하여 선물해준다면 정말로 기쁘겠지요.
그래서 짜잔~~~
<몇년 전 실장님이 직접 뜨게질 하여 선물로 주신 예쁜 목도리>
하나님은 각자 사람들에게 한 가지 이상의 은사를 주셨다고 합니다.
여러가지를 다 잘하면 교만(?)할까봐, 바빠서 정신 없을까봐
그 사람한테 딱 맞는 것을 주셨지요.
그래서 세상은 나 혼자 잘난 맛에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더불어 함께 어울려 도와가며
둥글게 둥글게 손잡고 사는 것이지요.
그래도 여전히
뜨게질 하는 여자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