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2011. 3. 16. 10:21

 

 

"친구~나랑 데이트 좀 하세~"

 

띠동갑 친구가 오랜만에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서로 바쁜 직장인이라 날짜를 조율하여 우린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사실, 일요일 푹 쉬고 출근하는 월요일은 좀 힘듦감이 있는데,

이렇게 월요일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거짓말처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월요일, 퇴근하자마자 6시 30분에 집 근처 전문 삼계탕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괜찮은 영화를 선별해 놓고, 우린 밥먹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가기로 했다.

음식점으로 가는 길에 영화관에서 먹을 간식으로 음료수와 아몬드, 호두를 샀다.

영화관에서 먹는 팝콘, 음료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음식점에 도착하니,

친구는 삼계탕집에서 약재가 들어가서 가장 비싼 것으로 주문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비싼 것을 시켰어? 간단히 먹고 영화보러 갈건데..."

"친구야~우리 나이에는 이런 음식도 종종 먹어둬야 한다."

 

 

 

우린,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알게 된 친구이기에 오래 사귄것은 아니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기에 오랜친구처럼 편안하고 만나면 늘 좋다.

친구는 내가 갖지 못한 좋은점을 참 많이 갖고 있고,

자세히 보면 나와는 반대성향이 많은 친구다.

 

일단, 조용조용하다.

이단, 무척이나 여성스럽다.

삼단, 아기자기하게 살림을 잘한다.

사단, 남편한테 존대어를 쓰면서 내조를 잘한다.

오단, 쓴소리도 돌려가며 상처받지 않게 잘한다.

<우리는 눈에 거슬리는 것 보면 얘기를 해야 속이 편한 띠들이다. ㅋㅋ>

 

위와 반대되는 성향을 나는 갖고 있다. ㅎㅎ

 

 

같은 성가대원으로 매주 친구를 만나지만 늘상 시간에 쫓기기에 마음 놓고 얘기하기 힘들었고,

같은 헬스클럽을 다니지만 시간대가 잘 맞지 않고 서로 운동하기도 바빠 얘기도 자주 못나눴기에

우린 오늘 날잡아서 얘기 보따리를 풀어보기로 했다.

 

몸에 좋다고 하니, 삼계탕 뚝배기 한그릇을 천천히 다 비웠다.

한참 맛있게 먹고나니 저녁 8시가 되어버렸다.

오늘 볼 영화가 7시 20분에 상영하는데, 예매를 했다가는 큰일날뻔했다.ㅋㅋ

우린, 영화관람보다 더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1시간 반동안 얘기를 나눴지만,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자 우린 커피전문점에 갔다.

원래 이런 곳 찾을 기회가 별로 없기에 들어오자마자 기념하고자

허락도 없이 화려한 실내장식을 마구 찍어댔다. ㅋㅋ

 

친구신랑도 내 신랑도 우리가 서로 만난다는 것을 알기에

우린 오늘 늦은시간까지 같이 보내기로 했다.

친구는 커피 두잔 값도 지불한다.

 

"친구야~커피값은 내가 낼께~"

"오늘은 내가 너한테 풀써비스하는 날이잖아. ㅋㅋ"

 

우린, 풀써비스 친구이다.

 

 

작년에 친구 남편이 의원직에 출마하고 선거할때 친구는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어했다.

첫 출마도 아니고 벌써 네번째 이런 일을 감당하는 친구가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친구의 내조 덕분인지 4전 3승을 했으나 친구의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없다. 

아내가 고생한 것을 알기에 남편은 늘 감사하며 살고, 부부금술도 좋다.

 

내가 친구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나는 못할 것 같았다.

한참, 선거준비로 분주했을때 하루라도 여유를 주고 싶어 친구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너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

"왜? 무슨 일인데..."

"나는 오늘 너를 왕비로 모시는 시녀가 되겠다."

 

그날 퇴근 후 친구를 차에 태우고 같이 밥먹고, 차 마시고 영화를 보여주고 힘든 친구 얘기도 많이 들어줬다.

늦은 시간 집까지 바래다 주면서도 친구가 무척 행복하기에 나도 흐뭇한 시간이였다.

나는 그날 친구를 위해 풀써비스를 했다.

 

"친구야~정말 고마워~ 남편이 그러는데, 이렇게 좋은 친구가 있어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래. 맞는 것 같아."

 

 

친구란 삶의 윤활유같은 존재이다.

친구가 힘들고 어려울때 그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해주는 사람,

친구가 기쁘고 즐거울때 내 일처럼 좋아하고 기뻐해주는 사람,

친구가 잘못된 길로 갈때 과감하게 충고하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사람,

이럴때 친구라는 단어를 나는 쓴다.

 

 

우리는 11시가 다 되어 커피전문점을 나왔다.

그래도 못다한 얘기가 있어 길거리에서 10분 정도 더 얘기를 했다. ㅋㅋ

우린 서로 행복한 날이였다고 얘기하고

서로 흐뭇하게 기억하고픈 날이라고 얘기했다.

 

"친구야~ 다음엔 내가 너한테 풀써비스할 차례이다.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