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한나, 길거리 카페에서 차 한잔

순수산 2011. 4. 7. 14:22

 

<길거리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멋진 포즈가 나올까.

한나님이 멋지니 사진도 그렇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

 

 

 

오늘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었다. 왜 그러고 싶을때가 있다.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이런 일 자주 생기지 않기에 나는 기회를 만들어 잡았다.

"한나님, 지금 뭐 하세요?"

지척에 사시는 한나님이 제일 먼저 떠올라 전화를 걸었다.

"응, 지금 플릇 연주하고 있어?"

"플릇 연주요? 그럼 지금 연주하고 있는 것 저한테 한번 들려주세요."

"그럴까. 이 곡이 너무 은혜스럽고 가사도 참 좋다."

 

수화기 선을 따라 한나님의 명 플릇 연주가 은은한 선율로 다가왔다.

곡명은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네]

혼자 듣기에 너무 아까워 건너편에서 일하고 있는 장대리를 내 자리로 오게 해서

한번 들어보라고 했다.

"언니는 좋겠어요. 이렇게 전화기로 플릇연주 해주시는 분도 계시구요. 진짜 부럽다."

 

가사를 음미하며 한곡을 전부 듣고 나니...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한나님 오늘 시간 어떠세요? 점심이나 같이 하시게요~"

"응, 괜찮아. 그럼 12시에 만나게~"

 

 

한나님 자택에서 가까운 뽕잎 칼국수 식당에 들려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우리는 식당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아

커피믹스 한잔씩을 마셨다.

"봄 공기 참 좋다."
"녜~ 길거리 카페에서만 느끼는 공기 입니다."

 

우리, 봄을 본격적으로 느껴볼까?

우린, 서로 눈으로 싸인을 보내며

우리의 아지트인 청소년 수련관 공원에 갔다.

 

 

 

개나리가 이렇게 예쁘게 피었다.

지금은 개나리가 앞장서서 봄을 알린다.

노란 개나리 앞을 노란 유치원복을 입은 유치원생들이

노란 병아리마냥 종종종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흐더러지게 핀 목련 앞에서 입을 꼭 다물순 없지.

이렇게 개운하고 시원하게 웃어본다.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얼굴이 잘 생겨서 이쁜 것이 아니라

한나님은 한나님보다 12살이나 어린 그 젊음이 이쁜지

자꾸 나만 보면 이쁘다고 하신다.

 

그 깊은 뜻을 알 것 같다.

나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

그 풋풋함이 마냥 예뻐보인다.

 

 

 

목련이 이렇게 탐스럽게 딱 적당하게 핀 것은 오랜만에 본다.

목련은 입술을 다물고 있을때가 이쁘지만....

너무 꼭 다물고 있으면 볼 것이 없고,

그렇다고 때를 잠깐 넘겨

헤벌레 온 몸을 펼쳐놓으면 무척이나 볼품없고 지조없게 보인다.

오늘 본 목련은 그래서 이쁘다.

우리의 봄나들이를 반기듯이...

 

 

 

봄햇살도 좋고, 봄바람도 좋고, 둘이 까르르 웃는 소리도 듣기 좋다.

이 공기 좋은 산 속에서 산책 온 세명이 돗자리를 깔고 고도리를 쳐대고 있다.

화투치는 그들이 도박꾼들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주변이 포근한 산이라서 그럴 것이다. 

 

우린, 오늘의 만남이 서로 좋아

길을 걷다가 어깨동무를 하고

팔짱을 끼고

손을 잡았다.

 

 

 

주변을 늘 즐겁게 만드시는 미소가 아름다운 한나,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만드는  밝고 맑은 한나,

대접받은 누군가가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시는 요리사 한나,

누군가 힘과 용기를 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만드는 맑은 영혼의 한나,

 

"플릇은 또 언제 배우셨어요?"

"혼자 공부했어."

"진짜요? "

"피아노도 칠줄 아시고, 성가대 지휘도 하시고....또 뭐 하세요?"

"하모니카도 잘 불고, 기타는 더 잘 치고 ㅋㅋㅋ......"

"그럼, 한나님 못하는 것이 뭐가 있나요?"

"잘하는 것 빼고 다 못하지요...ㅋㅋ"

 

매력 넘치는 한나님을 누가 좋아하지 않을까...

1시간 30분 동안 우리는 칼국수 먹고, 차 마시고, 공원 산책하고

얘기하며 봄을 온몸으로 느꼈다.

 

 

지금 당신에게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갑자기 주어진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그 이유는?

 

 

 

2011.  04.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