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조카,나의 엔돌핀

산행대장~ 이모가 출동한다

순수산 2011. 4. 20. 13:30

 

 

 

 

볕 좋은 주말 오후...사랑하는 조카 둘을 데리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한새봉에 다녀왔습니다.

"언니~  이모랑 산에 가고 싶다고 이녀석들이 난리야.."

 

나이는 어려도 여기저기 꽃들이 활짝 핀 것을 조카들도 알고 있겠지.

하루가 다르게 꽃들이 피고 지는데, 지는 꽃을 보면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내 허락도 받지 않고 꽃이 져버리면 안되잖아요. ㅋㅋ

누구라도 좋으니 가까운 곳이라도 꽃구경 가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어서 주말 퇴근 후 바로 뒷산에 올랐습니다.

 

 

 

 

교회 화단에 핀 삼색<꽃들의 이름을 몰라서 차마 부를 수 없어서~> 꽃들입니다.

화소가 높지 않는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세가지 꽃은 정말로 이쁘게 나왔네요~

볕이 참 좋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7살, 5살 조카 데리고 한새봉 산행 출발합니다.

음료수 하나씩 쥐어주고 이 녀석들을 앞장세워 놓고 저는 싸목싸목 쉬엄쉬엄 산에 올랐습니다.

"민채야~ 이모랑 산에 올라가니 좋으냐?"

"녜~ 완전 좋아요."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완전 좋다는 말에 저도 완전 좋았습니다.ㅋㅋ

 

 

 

 

 

민기는 작년보다 많이 의젓해졌습니다.

민채는 아직도 어린양을 간혹 피우는데, 그것도 이쁩니다. 조카라 그렇겠죠.

민기는 확실히 형 노릇을 합니다.

 

 

 

 

 

운동기구를 보자마자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뽀르르 달려가 기구에 매달립니다.

저 눈망울, 이모가 빠지겠습니다. ㅋㅋ

 

 

 

 

자, 인증사진 찍어야죠~ 참 의젓한 사진이지만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섯번은 찍어야 합니다. ㅋㅋ

 

 

 

 

집에서 5분 거리에 이런 멋진 산이 있다는 것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감사한 일입니다.

아파트만 바라보다가 이렇게 숲이 우거진 새소리 들리는 길을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아울러 기분이 상쾌합니다.

 

 

 

 

 

많이 피지는 않았지만 진달래도 피었습니다. 진달래가 맞긴 맞겠지요~

꽃이름에 통 관심이 없던 저는 진달래와 철쭉도 많이 헷갈렸습니다. ㅋㅋ

 

 

 

 

산에 오른지 20 여분이 지나자 이 녀석들 뛰어다닙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마냥  뛰어다닙니다.

거의 1년 만에 이 산에 오른 편인데, 이녀석들도 산행이 그리웠나봅니다.

"민채야~ 이모 올때까지 기다려~"

 

앞장 서서 달려가던 민채를 잡더니,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해찰하고 있는 이모를 기다려주자고

형이 동생한테 얘기합니다.

 

 

 

철쭉도 물이 올랐군요~

 

 

이름은 모르지만 보라꽃도

 

 

노란꽃도

 

 

하얀꽃도

.

 

또 보라꽃도 피었습니다.

 

 

 

산, 중간 정도 오르면, 잠시 쉬어가는 벤치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또 증명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민기야~ 우리교회 보인다."

 

 

 

이건 무슨 풀일까요? 신기해서 한 장 찍고

 

 

 

이 녀석들과 함께 산에 가면, 저보다도 더 많이 해찰하며 갑니다.

"애들아, 너희들 이렇게 해찰하면 해가 다 넘어가서 어두울때 산에서 내려갈 수 있다."

 

어두우면 많이 무서워~ 협박 비슷한 얘기를 해도 5 미터 정도 가다가 또 이런 모습으로 바닥을 연구(?)합니다.

 

벌레같이 생긴 나무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던데, 민채는 집어 올려서

"이모~ 이것은 왜 이렇게 많이 있어요?"

 

제가 알 길이 없지요~ 그냥 자연의 법칙과 우주의 섭리로 인하여 떨어질 때가 되었으니 떨어졌겠죠~ㅋㅋ

 

 

 

'이모, 바보~'

어설픈 대답을 해줬더니, 꼭 이런 심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산에 오르는 어떤 분이 이녀석을 보더니만

"아이구 이뻐라~ 산에 오르는 거야. 자~ 내 손을 잡고 올라가자."

 

이 녀석, 모르는 아주머니 손을 덥석 잡습니다.

 

 

 

 

탱자꽃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다음주면 팝콘 터지듯 이 꽃도 활짝 필 것 같습니다.

"이모, 이 꽃은 장미죠~"

 

가시가 있으니 당연히 장미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꽃이 활짝 피었으면, 장미라고 하지 않았을텐데, 

가시=장미꽃, 이라고 생각했던지...제 딴에는 알은체를 합니다.

저는 장미가 아님을 설명 잘 해줬습니다.

 

 

 

 

이 터널 길은 눈이 오는 겨울에도 운치가 있지만

이렇게 뜨거운 태양이 있는 날씨에는 시원해서 좋습습니다.

 

 

 

정체불명의 식물도 발견했습니다. 이 녀석을 보니 자연은 과학이다,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 그렇지요. 산행 후반부에 이르니, 민채가 좀 힘든가 봅니다.

뒤쳐져서 이렇게 자기를 안고 오르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 발로 걷지 않고 산에 오르는 방법을 모색중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살살 달래서 스스로 걷게 합니다.

버릇 나빠질까봐요~ ㅋㅋ

민채는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면, 언제 그랬나 싶게 달려옵니다.

"이모, 손 잡아 주세요~"

손을 잡아주면 얼굴은 하늘은 올려다보며 하늘 연구(?)를 시작 합니다.

어차피 오르는 길은 이모가 이끌어주니 그동안 쳐다보지 못한 하늘을 탐색하는 것 같습니다.

 

 

 

 

 

원숭이처럼 난간 밧줄에 올라 데롱데롱 매달리기도 하며, 산행의 재미를 톡톡히 느껴봅니다.

 

 

 

와아~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그네까지 왔습니다.

1시간 30분 가량 해찰과 연구와 달램과 협박 속에

목적지까지 왔으니, 그네는 타봐야지요. 

 

 

 

그네 인증샷~도 날려봅니다.

 

 

 

 

"이모~ 하늘 높이 날아 오르게 밀어주세요~"

 

 

 

 

사실, 정상에서는 오래 머무리지 못합니다.

삶이 다 그렇지요. 힘들지만 오르는 동안 이야기 거리도 있고, 땀도 흘리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생생한 느낌이 들며, 삶의 쏠쏠한 맛도 나지요.

정상에서는 오히려 밋밋한 맛입니다.

 

 

 

자, 이제 집을 향하여 내리막길을 갑니다.

남아 있는 음료수도 마저 끝까지 마시고 집을 향하여 출발~~

 

 

 

우리의 산행을 반기듯이 연한 보라빛의 꽃이 굿바이~ 인사를 합니다.

"그래~ 너도 잘 있어라. 탱자꽃 필때 다시 한번 보자~"

 

미소를 날리며 이녀석과 약속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용감하게 산행을 잘 마치고 일곡마을로 내려와 교회 담벼락에서 한장 찍고

 

 

 

"이모~ 나는 베트맨할테니 찍어주세요~"

 

옷을 멋지게 벗더니 이렇게 배트맨이 되었습니다.

 

조카 두 녀석들과 함께 한 4월 16일 한새봉 산행~ 또 이렇게 멋진 마무리를 합니다.

계절마다 한번씩 이 녀석들과 한새봉 데이트를 해야겠습니다.

울 아들은 바빠서 나하고 놀아주지 않으니 내가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나도 이 녀석들 만나 데이트하면 정말로 행복하거든요.

 

그럼, 여름에 또 만나자~

 

 


 

위에부터...
데이지, 팬지(보라,노랑), 민채와 민기, 민채 혼자, 또 민채와 민기, 소나무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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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타는 민채, 이모 밀어줘~, 산벚꽃인가?, 아 맛있어!, 민채 인증샷, 베트맨~~, 졸방제비꽃(확인요함)

내가 아는 정도에서 이름붙였는데 맞을란가 모르겠넹.ㅎㅎ

이모덕에 조카들이 신났는 줄 알았더만..
조카들 덕에 이모가 신났던 하루였네..그쵸?

 

 ---  마음이 듬뿍 담긴 친절한 블러거 <마음>  님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