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2011. 4. 26. 14:30

 

 

 

마누라 음식 간보기 - 임보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 한다


그러면

"음, 마침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도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지 않지만―


만일

"좀 간간한 것 같은데"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뭣이 간간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

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 하면

또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

 

 

 

일주일에 한 번 날잡아서 요리를 해놓고 끼니 때마다 덜어서 데워 먹는 우리집 식탁!

어쩌다 나름 공들여 음식을 해 놓으면 하루 아침식사만 하는 울황제<점심, 저녁은 회사에서>는  마누라 음식맛에 늘 인색하다.

마누라 음식 간을 보면서 꼭 한마디 한다. 그것도 늘 부족한 면을 찾아서 콕 찝어서 얘기한다.

어떻게?

"여기에 참기름 두 방울 떨어 뜨리면 좀 더 나을텐데..."

"참기름 여섯 방울 떨어뜨렸거든요요요요요~"

한번도 울황제한테 흡족하게 맛나다,는 표현 들어본 적 없다.

<자업자득>인가.

 

그래서 나는 음식을 해놓고 내가 먼저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어댄다.<자화자찬>

음식을 만들면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므로 비록 맛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만든 입장에서는 그냥 맛있다. 그냥~~~

어차피 우리집 먹거리에서는 내 손을 거치지 않고는 먹기 힘드니

냉장고 문 열어 그렇다고 찾아서 먹는 우리집 두 남자들은 아니기에...

살고 싶으면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되는 터~~ ㅋㅋ

 

이 땅의 모든 남편들이여~

가장 중요한 삶의 처세술을 터득한 시인 임보님의

[마누라 음식 간보기]

꼭 읽어보시고

꼭 적용하시길

그래야 나이 먹어 늙어서도 아내가 사랑해준다는 사실~~~

잊지마시라.

 

 

 

울황제는 결혼 전 자취생활 10년을 한 베테랑 요리사이다.

결혼해서 살면서 요리실력 맛보지는 못했지만

<울황제, 결혼과 동시에 요리사는 졸업했다나...어쩐다나...>

결혼 전 모든 요리를 친정엄마가 해주신 것만 날름날름 먹었던 나는  

<지금도 김장김치며 웬만한 음식은 만들어 주신다/ 복 중에 큰 복이라 생각한다.>

 

나나 여동생이나 직장생활을 하니 직장 일에 힘들어 한 두 딸을 위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음식 만들어 주기 손주들 돌봐주기 라 생각하신 것 같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여동생 집에 가서 두 조카들을 보시는데,

엄마가 동생집에 가는 날은

엄마 손맛으로 동생집 식탁이 새반찬으로 장식한 날이다.

엄마 오시는 날마나 포식한다고 사실~

 

 

 

 

 

결혼 18년 동안 최근에야  김밥을 어떻게 싸면 이쁘게 맛나게 싸는 줄 알게 되었으니...

정말 나는 음식 만들기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구나, 가슴 아프게 깨닫게 되었다.

나는 관심 갖는 것 외에는 남들이 설마~ 할정도로 이해하지 못할만큼 아는 것이 없다.

굳이 내가 다 알 필요 없다. 내가 모른 분야에서는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더 낫다.

남들 눈 감고도 잘 싼다는 김밥을 나는 싸기만 하면 자꾸 김밥 옆구리가 터지는데.....

<다음에는  김밥, 옆구리 터진 이야기로 글을 올려야 되겠다.>

 

 

 

 

지난주 우리 사무실 실장님과 함께 여자 셋이 담양의 떡갈비 전문점을 찾아갔다.

사무실에서 20분이면 찾아 갈 그곳을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1시간만에 도착한 <담양 애꽃>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가득 찼다.

겨우 자리를 잡아 1인분에 9,000원<착한 가격> 하는 정식을 시켜서 먹는데...

깔끔하고 정갈하고 맛있었다.

나는 양이 많아 좀 남겼다.

 

음식점 룸으로 들어가니

한쪽 벽에 시인 임보의 [마누라 음식 간보기]라는 시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시인 임보처럼 저런 마음으로 아내의 음식맛에 후한 점수를 준다면

분명 아내는 더욱 더 음식 만들기에 자신감을 갖고

잘 해보려고 음식 만들기에 매진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우는 아아도 웃게 만들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아내의 음식맛도 변화 시킬 것이다.

 

 

 

위 음식을 맛보고 싶으시면 이곳으로 연락하시라.

맛을 어찌 설명으로 하겠는가?

직접 느껴 보시길...

 

 

맛집 블러그 포스팅하는 남자분들은 대부분 얼큰하고 개운한 "00탕" 이 올라오는데

아무래도 여자들은 깔끔하고 담백한 "00정식"이 많이 올라온다.

[담양]이라는 말에 또 어느 분이 흐뭇한 미소로 읽어보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