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전복죽에는 과연 무엇이 빠진 것일까?
<순수산 표 전복죽>
많이 먹지는 않지만 하루라도 제 식사시간에 밥을 먹지 않으면 다리가 후둘거리고 힘이 빠지는 내가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을 받는 전날 저녁 9시부터 금식을 하고 물도 마시지 않고 다음날 오전 9시에 병원에 갔으니 검진 날에는 오랫동안 아픈사람처럼 수척해졌다.
그날은 위암 검사로 수면내시경을 했기에 검진이 끝나고 갑자기 매운 김치를 먹으면 속이 쓰릴 수 있어서 죽집에서 전복죽을 사와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다.
세상에나 붕어빵에 붕어 없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전복죽에 전복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전복죽이라는 타이틀을 줘도 부끄럽지 않을텐데 이것은 완전히 그냥 흰쌀죽에 불과했다. 돈 만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괜히 속은 기분이였다. 죽을 먹으면서도 어쩜 손톱만한 전복이 딱 5개정도 들어 있을 수 있지.
이건 전복죽을 빙자한 사기(?)라며 혼자 별별 생각을 다했다. 먹던 죽을 다시 싸들고 죽집에 가서 항의를 하고 싶었는데, 검진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냥 먹자니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점심으로 전복죽이 아닌 흰쌀죽을 겨우 먹고 오후에 회사에 출근을 했다. 근무하면서도 내가 진짜 전복죽이 무엇인지 그 진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결혼 18년 동안 전복죽을 한번도 끓여보지 못한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전복죽 맛있게 끓이는 법을 찾아서 프린트한 후 밑줄 그어가며 어떻게 하면 맛있게 끓일 수 있는지 요리공부를 열심히 했다. 퇴근길에 마트 수산코너에서 6마리에 만원하는 밥숟가락만한 크기의 전복을 샀다.
단골이라 서비스로 1개를 덤으로 줬다.
평소 요리하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퇴근하자마자 가방을 소파에 던져놓고 주방으로 달려가 앞치마를 입고 전복을 칫솔로 깨끗하게 손질했다.
프린트 자료를 열심히 읽어가면서 전복을 잘게 자르고 불린 찹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아주고 색감을 주고자 당근과 브로클리와 양파를 잘게 썰어서 함께 넣고 푹 끓였다. 가족이 함께 먹을 것이니 사랑과 정성까지 양념으로 넣어서 나름 열심히 만들어 그릇에 8부 정도 담아 양파 장아찌와 함께 쟁반에 담아봤다.
제법 입맛 당기는 먹음직스러운 전.복.죽이 만들어진 것이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10시가 넘어 돌아온 아들에게 저녁내내 정성드려 만든 전복죽을 먹어보라고 줬더니, 아들 하는 말이 가관이다.
“엄마, 무슨 전복죽이 이래~ 맛이 별로야. 죽집에서 사먹은 그 맛이 아니잖아.”
“우씨~~~ 맛은 별로지만 영양가면에서는 엄마죽을 따라올 죽이 없어.”
“에이~ 그래도 이 맛은 아니다. 진짜 전복죽 없어?”
나는 낮에 먹고 절반 정도 남았던 흰쌀죽(죽집에서는 전복죽이라 말하는)을 그릇에 담아 데워서 아들한테 줬다.
“엄마, 바로 이맛이야. 이것이 진짜 전복죽이지...아하 맛있다. 엄마 더 없어?”
내가 만든 전복죽에서는 과연 무엇이 빠진 것일까? 가장 중요한 맛이 빠졌나.
요리는 달달달 외워서 머리로 딱 한번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손에 익어야 제맛이 나오나보다.
<죽 전문식당의 전복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