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놀아요
<혼자 책 읽고 있는 민기>
시립 도서관에서 퇴근한 여동생은 시청 어린이집에서 두 아들을 데리고 귀가한다.
매주 수요일이 되면 교회 사역자훈련이 있는 날이라 제부가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면 나는 동생이 훈련받을 수 있도록
제부가 귀가할때까지 두 녀석들을 돌봐야 한다. 그래서 나의 수요일은 항상 비상대기 상태이다.
수요일만 6시에 빨리(?) 퇴근하는(그 외에는 회사에서 저녁까지 먹고 늦게 귀가함)
울남편 저녁식사를 차려줘야 하는데, 두녀석을 봐주라는 동생의 문자를 받으면
우리부부의 수요일 저녁 만찬은 초스피드 저녁으로 돌변한다.
나는 6시 칼퇴근을 해서 저녁식사 준비를 해서 먹고 설거지까지 1시간 안에 모두 끝내야 하기에 좀 벅차다.
"오늘 민기,민채 봐야 하나?"
"응, 오늘은 제부가 늦는다고 아이들 봐주라 하네."
그러면 남편은 남편대로 내가 동생집으로 가야 하기에 늦장 부리지 않고 식사도 빨리 한다.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책을 읽는다>
"언니, 얘들 봐줘서 고마워~ 갔다올께. 얘들 저녁밥은 좀 챙겨줘."
태권도 갔다온 민기가 오자
"민기야, 계란 후라이 해서 밥 먹을래, 아니면 김에다 밥 싸줄까?"
"이모, 김에다 밥주세요."
밥그릇에 밥을 담고 간장과 참기름과 깨를 넣고 슥슥 비벼서
잘라진 김에 밥 한숟가락 넣어 뚝딱 미니김밥을 만들어 접시에 놓으니
두녀석들 정신없이 맛나게 먹는다.
형제가 있어서 좋은 것은 서로 먹겠다고 자기 것을 챙기다보니, 별로 먹고 싶지 않는 것인데도
다른 형제가 다 먹을 것 같아 미리 자기것을 챙겨둔다.
고소하고 맛있었는지 더 먹고 싶다고 하여 밥을 조금 더 해서 또 김에다 싸서 줬다.
얼추 배가 부른 이 녀석들 거실에서 장난감을 갖고 논다.
'이모가 책 읽어주든?'
분명 둘째 민채한테 지엄마가 물어볼텐데...나는 소파에서 민채를 앉혀놓고 이솝이야기 책을 읽어줬다.
캐릭터별로 목소리를 달리하며 구연동화로 재미있게 읽어주니
장난감 갖고 놀던 민기가 장남감을 놓고 [문어 이야기]책을 들고 내 옆으로 온다.
그러더니 그 책을 술술술 읽는 것이다.
어라, 앞전에 왔을때는 분명 글자를 몰라서 내가 이 녀석들 둘을 않혀놓고 읽어줬는데, 어느새 한글을 다 깨우친거야.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소리내서 읽는 민기 목소리에 내 귀가 즐거웠다.
그러면서 이 문어이야기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던지 내가 모를까봐 중간중간 요점정리도 해주고 설명도 해준다.
다 컸다. 아주 혼자서도 잘하는 민기를 보니 조카지만 내가 키운 것처럼 뿌듯했다.
<거실 한면을 가득 채운 아이들 책>
거실 한면을 가득 채운 아이들 책, 우리 아들 윤수가 클때는 이런 것 상상도 못했다.
그땐 어렵게 살기도 했지만 책을 질로 구매한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아니 낭비라 생각했던 것이 무지였지.
요즘 아이들 엄마들은 배움도 많지만 워킹맘이 많은지라 뭐든 아이들이 필요하면 잘 사서 활용한다.
민채는 스펀지블럭으로 무엇인가를 고심하며 만들고 있다.
올초에 어린이집에서 했던 재롱잔치 비디오를 두번 시원하게 보고
밥을 먹고 책을 읽더니 이제는 지능적인 놀이를 하고 있다.
맘껏 뛰어놀수 있도록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는 동생의 거실은 어린이집을 방불케할만큼 아이들이 잘 놀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참 많다. 손 닿은 곳에 책들이며 블럭이며 미끄럼틀이며 이 녀석들이 놀고 싶은대로 논다.
이모한테 매달리며 "이모, 이것 해주세요~"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정도 컸다고
민기는 문어이야기 책에 푹 빠져서 재미있게 읽고 있고
민채는 스펀지 블럭을 잘 맞추고 있다.
아이들 돌보러 왔는데 조카들이 각자 잘 놀기에 소파에 앉아 갖고 갔던 내 책을 읽었다.
세상 참 빠르다. 이제 내년이면 민기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민채의 작품 완성~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예쁜 조카들이
앞으로 더욱 더 의좋은 형제로 성장하길...
부모님께 효도하는 자식으로 성장하길...
이 세상에 빛과 소금되는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실한 자녀로 성숙하길...
바란다.
이모의 손길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기 전에 더 많이 놀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