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엄마간호일기 ④] 못된 큰 딸은 엄마를 울렸다

순수산 2011. 11. 3. 13:20

 

 

 

 

 

 

 

 

 

 

 

 

 

 

 

 

 

 

 

낮에는 얼굴빛이 그런대로 괜찮은데, 밤에는 엄마가 끙끙 앓으신다.

"간호쌤~ 낮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왜 저녁만 되면 한숨도 못 주무시고 끙끙 앓을까요?"

"기압이 낮아지니 더 그럴꺼예요."

 

코골이 선수 할머니가 엄마 옆으로 오셨는데, 첫날 얼마나 코를 고는지,

아마 코골이 대회가 있다면 단연 1등을 거머쥘 분이였다.

탱크가 여러대 지나갈 정도로 소리도 컸지만 코고는 형태도 대단했다.

엄마와 나는 그 코고는 소리가 시끄러워 한숨도 못잤다. 그리고 엄마는 더 끙끙대며 앓으셨다.

그런데, 그 코골이 선수 할머니는 오래오래 코를 고면서 주무시는 것이다. 지금까지 잠을 못잔 사람이

한꺼번에 모두 자는 것처럼... 얼마나 얄미운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깜박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소변이 마렵다."

개미소리보다 더 작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 깨어났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엄마, 또 쉬가 마려워?"

엄마는 직장 다니는 큰딸이 저녁에 병원에서 자면서 병간호 하는것이 짠해서인지 오줌 마렵다는 말도

미안할 정도로 작게 어렵게 얘기하시는데, 나는 쉬가 그렇게 자주 마렵냐는 투로 얘기를 했다.

다른 환자들은 잠도 잘 자는데, 특히 코골이 선수 할머니는 잠도 잘 주무시는데, 나는 새벽 3시에

이동식 좌변기를 엄마 엉덩이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이럴땐 남자들은 얼마나 편리할까, 병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인데...

 

힘들다 힘들다 해도 환자가 가장 힘든데, 나는 그 환자  앞에서 짜증을 내 버린 것이다.

올케가 아침 9시에 와서 인계인수를 하고 출근을 했다.

퇴근하여 엄마 병실에 들어가려는데, 올케가 나한테 할말이 있다고 했다.

우린 복도 의자에 앉았다.

"형님, 엄마가 속상하고 마음 아팠나봐요. 낮에 그러더라구요. 소변 안 나오게 하는 약은 없는지 물어보고,

잠을 못자니 수면제 얘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우셨어요. 엄마가 우시니 병실 환자이모들도 죄다 우셨구요."

"나도 힘들다. 어제 한숨도 못잤어. 잠을 못자니 예민해서 엄마한테 톡 쏘았나봐. 그리고 내가 며느리면 그렇게 얘기했겠냐.

딸이니까 얘기하지. 나도 우리 시엄마한테는 너처럼 잘할 수 있다."

변명아닌 변명을 해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 라라언니가 한 말이 떠올랐다.

엄마 병간호하면서 너도 힘들지만 제일 힘든 사람은 엄마이니 엄마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라고 했는데

나는 지키지 못한 것이다.

 

원래 살갑게 잘하는 올케는 힘도 세고 엄마를 번쩍번쩍 들어서 엄마가 좋아하고

여동생은 본인이 다리가 아프기에 아픈 사람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이해하기에 엄마한테 세밀하게 잘하고

나는 살갑지도 못하고 투박하고 목소리도 커서 간혹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가 아마 우리 엄마 가장 많이 울렸을 것이다.

그래도...

 

친정집에 큰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사람은 나다.

나는 큰딸로서 책임감있게 일을 척척 잘하지만,

중요한 것은 엄마 마음을 아프게 했고  엄마를 울린 나쁜 딸이 된 것이다.

 

저녁에 아는 동생들이 병문안왔길래

"지금 우리 엄마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사람은 1위가 올케이고, 2위가 여동생이고, 3위가 나다. 완전히 순위가 밀려났어."

듣고 있던 울엄마 정곡을 찔렸는지 슬며시 미소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