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엄마간호일기 ⑫] 정상을 향해 걷는 우리모두의 마음

순수산 2011. 12. 6. 11:58

 

 

 

침대 위에서만 한달 넘게 생활(?)하시던 엄마가 어느날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에 갔다.

생활....이라는 것이 먹고 자고 짜고...그리고 세수하고 이닦고 뭐 그런 생활입니다. ㅎㅎ

침대에서 휠체어까지 내려앉기가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던지....다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그 다음의 것도 할 수 있으니 마냥 도와줄수 없다. 엄마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립할수 있도록 인내하며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처음 엄마가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본 날도 기념할 일이고

처음 엄마가 휠체어를 타고 공원에 가서 시원한 가을바람 맡을 수 있었던 날도 기념할 날이고

처음 엄마가 시원하게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머리 감는 날도 기념할 일이고

처음 엄마가 병원에 봉사오는 미용사한테 컷트이발한 것도 기념할 일이다.

내 스스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한테는 기념할 것도 없는 일들이

아픈 사람한테는 눈물겹도록 스스로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다.

 

지금도 병실에서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왜그렇게 힘겹게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픈 그들의 얼굴에 희망의 미소가 번지기를....가족들이 더이상 맘 아프지 않도록

두손 모아 기도한다.

같은 병원에 친한 친구 남편이 지금 힘겨운 병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성한 사람은 그 아픈 사람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죽어도 모를 것이다.

직접 아파보지 않는 한 우린 그냥 어림짐작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족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수술할 때 뚫은 무릎쪽의 세개의 구멍은 시간이 지나니 아물어져 갔다.

주님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가운데 아주 조금씩 먼저 손을 쓰고 계셨다.

아문 상처 부위를 내 손으로 맛사지해 드리며....마음으로는 계속 쾌유하길 기도드렸다.

아침 저녁 집과 병원을 오가며 계속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너무 힘이 들어 눈물이 날때 내가 지치기 전에 빨리 낫게 해달라고 또 기도를 드렸다.

 

내 다리가 아닌 의족에 의지하고, 다 아물지 않는 수술한 다리로 힘겹게 땅을 짚고

엄마는 2분에 한걸음씩 "아이고고고~" 신음하시며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신다.

물론 침대바를 잡고 의료기기에 의탁했지만 그래도 얼마나 큰 성과인지 모른다.

어린아이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엄마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엄마, 12월 15일에 무조건 퇴원한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데, 뭔 퇴원을 해야. 이런 상태인데.."

"그날 퇴원한다는 심정으로 매일매일 땀나게 걷기 연습을 하는 거야. 목표를 세워야 달성하지."

"나는 못해야. 한걸음도 떼지 못하는데...당 멀었어야."

"아뭏든 나는 그리 알테니..엄마가 걷든지 못걷든지 일단 그날로 정할꺼야."

 

식사는 2숟갈...겨우 드시고, 병원생활에 의지력은 바닥이고, 매일 한숨과 걱정속에

엄마는 날로날로 더 힘들어하신다. 그래서 나는 퇴원날짜를 못을 박아놓았다.

이러다간 3달,4달도 갈 것 같다. 엄마는 독한 큰딸의 말이 무서웠던지...

매일매일 땀나도록 물리치료도 하시고 걷기 연습도 하신다.

하루에 휠체어타고 화장실 서너번 가게 되면 엄마는 온몸에 땀이 나고 힘들어 하지만

그만큼 엄마의 발에 힘이 생기고 팔에도 힘이 생긴다.

힘이 있어야 세상을 지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엄마는 걷기 시작하고는 감기에 딱 걸렸다.

예전에 감기에 걸렸을때 2달이 지나도 낫지 않아 심히 걱정이다.

병원 히터기로 인해 병실은 건조하고 탁한 공기가 원인이다. 

새벽공기 마시며 집과 병원을 오갔더니, 덜컹 감기에 딱 걸리고 만 것이다.

에고~ 빠른 시일내에 감기가 내 몸에서 나가야할텐데...

 

목소리는 짙은 허스키로 변했고, 재즈를 부르면 안성맞춤이다. ㅎㅎ

그래 웃자.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