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간호일기 ⑬] 16개의 알약, 싸우고 나니 절반으로 줄었다
어느 병원이나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말 잘듣는 어린아이처럼 병원에서 특히 간호쌤들이 하라는 대로 잘했는데,
나는 그들과 크게 세번 정도 싸웠다.
덮는 담요가 찌르르 찌르르 정전기가 계속 발생한 것이다.
"적당히 정전기가 생기면 이해하겠지만 이렇게 매번 받아든 담요가 계속 정전기를 발생하는데, 정전기 없는 담요를 달라."
일반인도 아니고 환자가 사용하는 담요가 정전기가 얼마나 심한지, 용역에 맡긴다는 병원측...정전기는 없애야 되지 않을까.
그들은 그나마 정전기가 덜 발생한 담요를 찾아서 챙겨줬다.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팔뚝에 주사를 찔러댔던지 혈관을 찾을수 없었다. 엄마는 세번 정도 주사바늘을 찌르고 나서야 겨우 혈관을 찾는데,
한번은 경력이 없는 간호쌤인지 지혈이 잘못되어 엄마 팔에서 피가 그 짧은 시간에 콸콸 흐르는 것이다. 오전에는 그려러니 이해를 했는데,
저녁에 온 간호쌤(3교대라 자꾸 간호쌤들이 변한다)한테 지혈을 잘 해주라고 당부말씀을 드렸더니 한다는 말이
"지혈은 환자가 해야 됩니다. 저희는 주사만 놓고 또 다른 환자 주사 놓으러 가야 됩니다."
뭐 이런투의 말을 하길래~
"나도 안다. 오전에 주사바늘 빼면서 지혈을 잘못해서 피를 흘렸으니 조심 좀 하라는 말을 그딴 식으로 말하는 간호쌤이 어디 있냐!"
대체로 그런대로 친절한 간호쌤들인데, 유독 나랑 맞짱 뜬 간호쌤은 다른 사람들도 한번씩 트러블이 있었다.
이 간호쌤은 진로변경을 해야 될 것 같다. 환자 중심의 간호쌤이 아님을 나는 정확하게 파악했다. 아마 이 일을 오래 못할 것 같다.
내가 수간호사하고 대판 싸운 일은 약 때문이다.
식전 알약 1개, 아침식사 후 알약 15개, 저녁 식사후에 또 약, 자기 전에 또 약, 항생제 투여, 수액 맞고, 또 약.....하루에 있는 상황들이다.
아침식사라고까지 할 수 없는 밥 두숟갈 겨우 드시고 알약을 무려 16개를 드셨다.
이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다.
나는 약봉지를 들고 간호쌤한테 따졌다.
"우리 엄마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시오. 아침에 16알의 약을 드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됩니까?"
"약 보다는 밥을 먹어야 사는데, 울엄마는 약이 너무 많아 배불러서 밥을 못 드시고 계십니다. 이것은 환자를 두번 죽이는 겁니다."
좀 무식하게 큰소리를 쳤더니, 수간호사가 와서 차분하게 내 말을 하나하나 듣고 답변을 한다. 내가 듣기에는 다 변명으로 들렸다.
"분명 중복된 약이 있을 것이다. 가렵다고 해서 약을 줬으면, 지금은 가렵지 않으니 정확히 체크를 해서 약을 빼야 되지 않는가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간호쌤들과 대판 싸우고 갔더니, 다음날 약이 절반으로 뚝 줄어들었다.
무엇이 맞고 틀린지는 전문인이 아닌 이상 나는 호언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좀더 세밀하게 환자를 관찰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싸우기 전에....아무리 상식적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일은 애시당초 만들지 말기를...
병원에 있으면서....병원 관계자들의 처신이 정말로 환자를 위한 일인지...그들의 이익을 위한 일인지 간혹 의혹이 간다.
엄마가 통증이 심해 잠을 못주무셔서 쌀알만한 신경정신과 약 두알을 3일 복용하고 4일 동안 하루종일 반수면 상태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 의사쌤이 괴씸하다. 이런 약을 복용했을때는 이런 증상이 올수 있습니다, 라고 한마디만 해줬어도 나와 올케는 그렇게 겁먹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종일 잠에 취해서(그땐 잠에 취한지도 몰랐으니..)엄마가 왜 그러한지 왜 상태가 더 나빠졌는지, 우리가 뭘 잘못 해드린 것인지 아주 별생각을
다했다. 완전 바보가 된 엄마였다. 식사할때도 연신 잠에 취해 있었으니. 엄마 힘으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잠에 취해서 의식이 없는
그런 상태였으니....아이구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내가 정신과 의사가 회진할때 상담을 오래했고, 스스로 원인을 분석하고 파악하니
그 약이 문제였다. 그러나 의사는 단 한번도 그 약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약을 딱 끊고 나니 예전처럼 엄마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신뢰..........
어느 곳에든지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하겠지만, 병원에서는 특히 의사와 간호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그들의 처신에 신중해야 된다.
환자의 목숨이 그들의 행동에 달려 있으니 그들은 매사 환자를 물건이나 상품 취급이 아니라 신성한 생명으로 귀히 여겨야 될 것이다.
환자를 볼때는 늘 가슴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않기를...
[히포크라테스 선서]
둘째 단락에서는 의사의 맹세로서 자신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만을 행할 것이고
해가 되거나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않으며, 개인으로서, 그리고 전문인으로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