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여행, 떠나는 기쁨

[담양 금성산성] 내 것을 나누면 행복하다

순수산 2012. 3. 14. 09:12

 

[철마봉 꼭대기에서 본 소나무 삼형제]

 

 

금성산성은 오르막과 내르막이 적절하게 있어서 참 좋았다.

헉헉 대면서 오르면 이런 우리의 몸을 쉬게끔 바로 내리막이 있다.

산행을 하면서 여러가지 배우는 점이 참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을 배운다.

그리고 이런 바위틈을 뚫고 생존하는 소나무를 보면

가히 인생의 스승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인간은 겸손해진다.

 

 

 

 

 

울황제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행 내내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즐거웠다.

 

 

 

http://blog.daum.net/jinfeel0506/16140242

(2009년 06월에 온가족 함께 했던 금성산성)

 

 

 

 

 

 

 

철마봉에서 내려다본 담양호(?)도 참 멋진 광경이다.

 

 

 

 

 

울황제와 3시간 동안 산행을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참 많이 한다.

나는 블러그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블친들 얘기도 하게 되고

각자 직장생활의 동료들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신앙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부모, 형제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물인 울아들 얘기가 그래도 가장 많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온가족 네명이 산행을 했는데,

아빠랑 아들이랑 얘기하며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데, 얼마나 좋고 행복했는지

모른다고 며칠전 교회 동생이 얘기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동생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는 이런 경험을 나름 여러번 느껴서 어떤 행복이라는 것도 알겠다.

 

자식한테 재산을 유산으로 물러줄 것이 아니라

우리는 평생 삶의 지표가 되는 신앙과

가족이 함께 했던 추억을 많이 물러줄 것이다.

 

행복한 산행을 마치고, 땀에 절인 온몸을 씻고 노곤한 몸의 피로를 풀고자

금성산성 입구에 있는 담양온천에 갔다.

 

이왕에 씻을 바에는 확실하게 씻고 싶어서 산에 가는 길에

나는 자주 가는 대중탕에서 목욕 바구니까지 챙겨서 갔다.

사워만 하면 됐지, 뭘 얼마나 씻는다고 목욕바구니까지 챙겨가냐는 울황제,

여자는 씻는 절차도 복잡하고 사용해야 할 물건들도 많으니 남자가 이해하라며,

정확히 2시간 후에 온천 로비에서 보자고 하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동네 목욕탕과는 달리 금성산성 입구에 있는 온천이라 주로 산행한 등산객들이 많았다.

온천 로비에서 일회용 삼푸,린스와 이태리 타월만 달랑 사들고 온천에 들어온 사람이 여럿 있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찜질방에 갔다 왔더니,

내 의자 왼쪽과 오른쪽 사람이 동행인지 나를 사이에 놓고 얼굴을 내밀며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리를 바꿔 드릴테니, 두분 가깝게 앉아서 얘기하세요~"

"안 그러서도 되는데....암튼 고맙습니다."

옹색하게 일회용 삼푸와 린스만 갖고 목욕을 하고 있는 두사람한테

목욕바구니를 내밀며

"그냥 내것이려니 생각하시고 맘껏 쓰세요~"

"아니, 이렇게 고마울수가요~ 안 그러서도 되는데...암튼 잘 쓸께요~"

 

두 사람이 행복해 하며, 목욕 바구니에서 여러가지를 꺼내서 쓰는데,

내가 큰 부자가 된 기분이였다. 내 것을 나누면 행복해지는 구나.

오늘 나는 별것 아닌 것으로 참 좋은 일을 한거야~ 괜히 뿌듯해졌다.

 

암튼 산행 후 서로서로 품앗이로 함께 등까지 밀고 아주 개운하게 목욕을 했으니

오늘은 끝까지 행복한 날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정리한다.

 

 

[장난꾸러기 울황제~덕분에 내가 웃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