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성] 개나리 친구들과 가을을 붙잡다
산행하기에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원더풀, 뷰티풀, 강아지풀이다.
이런 가을날 그냥 있으면 자연에 배신을 때리는 것이다. 어디든 멋진 자연을 감상하고 느끼고 온몸으로 체득하고 싶다.
고교 동창 개나리(모임 이름) 친구들과 가을산행을 추진했다. 두달 전부터 틈틈히 문자도 보내고 모임날 만큼은 뭔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된다고 강력하게 설득했는데...
"총무님, 우리 모임날이 여직원 모임이 잡혀버렸네~ 불참하면 벌금 3만원이야."
"너 돈 많으니까 3만원 벌금 내버리고, 우리모임에 참석하렴. 이 총무가 여직원 모임보다 몇배나 즐겁게 해줄께."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개나리 모임 올라고 생각했어. 총무님 나 즐겁게 해줘야 해...."
솔로인....올드미스는 그래서 참석하기로 했고,
5월에 같이 산행하기로 찰떡같이 약속했는데, 시댁에 급한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던 친구도
이번만큼은 참석한다고 했다. 그런데...튼튼한 친구는 과연 산행은 잘할지 조금 우려가 되었다. ㅎㅎ
아이 셋 키우는 친구는 우리 모임날 초딩 아들이 거리가 먼 곳에서 시험을 본다고 해서 차로 한번 태워다 줘야 한다며..중간에 갔다가 다시 온다고 하며...
다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총무의 바램대로 우리넷은 담양 금성산성으로 무사히 출발하게 되었다.
'얘들아~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섭다는 고3 엄마야. 이런 나도 가는데...ㅎㅎㅎ. 암튼 아주 즐겁게 하루를 보내자."
고등학교 소풍날이 아마 이랬을 것이다.
배낭 가득 간식을 담고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랄라~ 엄마, 아내의 역활은 잠시 내려놓고
마치 고등학생이 된것처럼 우리는 신났다.
오늘의 코스는
[보국문-충용문-보국사터-서문-철마봉-노적봉-충용문-보국문]
담양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오페라하우스에서 맛나게 저녁을 먹기로
계획을 잡았다.
저 해맑은 웃음을 보라.
어디가 40대처럼 보이는가!
완전 고딩들이다.
"친구야~ 나는 산행을 거의 안해봐서 산행 복장이 없는데...스타킹에 청반바지 입어도 될까?
"에이 촌놈... 글쎄~ 그런 복장으로 산행하는 사람 못봐서리...어쩌겠냐. 그냥 입고 와야지."
"친구야~ 나는 이번 산행을 위해 아주 머리부터 발끝까지 쫘악 구입했어~돈 좀 썼다."
"그래, 잘했어. 앞으로 모든 것을 갖춰으니 산행 자주 다녀서 홀쭉해지렴~"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고
내가 디카로 사진을 찍자고 하면 두말없이 포즈도 잡는다.
아침 9시에 출발했으니 금성산성을 다녀온 후
1시 정도 김밥을 먹고 산에 내려온 후
담양온천에서 올 누드로 친구들과 피로도 풀고
오페라하우스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면
얼추 밤 9시 정도에 귀가할 것 같다.
가을이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붉은빛이 참으로 곱다.
여기는 내가 이름 지은 두꺼비 형상을 한 두꺼비 바위이다.
http://blog.daum.net/jinfeel0506/16142353
[2012. 03. 01 금성산성 산행/ 남편과 함께
오메~ 단풍 들었네.
가을은 깊어만 가네.
산행하면서 흐르는 땀은 왜그렇게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기분 좋게 땀흘린 적이 언제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별로 없었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땀흘리는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친구들은 굳이 말하지않아도 이 시간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서 정말로 열정적으로 뭔가를 하면서
기분좋게 땀흘린 적이 별로 없다.
그만큼 열정도 많이 식었고
그만큼 집중력도 떨어졌고
그만큼 내 자신이 아니라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친구야~ 무서워. 어떻게 가라고 이런 길로 우리를 인도하냐?"
"남들은 암벽도 타더라. 이 정도는 웃으면서 건너시오~"
나는 친구들의 이런 귀여운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는 [추락주의] 소나무 옆에 넷이 주루룩 서서
자연 에어컨 바람을 쐬며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 친구들과는 10대, 20대, 30대 40대를 함께 보내고 있다.
앞으로 80대 90대 100세 이후까지 함께 보낼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린 아주 특별한 친구들이다.
나름 즐겁게 친구들과 산행을 하고
점심을 먹고자 우리는 충용문 잔디밭에 앉았다.
김밥도 맛있고, 양념쥐포채도 먹고 과자도 먹고 과일도 먹고
완전 고등학교 소풍 온 느낌이다.
언제 가는지 모르게 슬쩍 가버리는 가을~
개나리 친구들과 함께 가을 한토막을 금성산성에서 부여 잡았다.
이제 [담양온천]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