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3, 흑염소 한약에 며느리 사랑까지 담았어요
흑염소 한약에 며느리 사랑까지 담았어요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매일 도시락 2개씩 싸주고 음악 공부하는 고3 아들 학원 픽업하고 직장 다니느라 작년 한해동안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작년 가을쯤에 산행을 다녀온 날 힘들었던지 안방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블랙홀에 빠져 들어가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나 혼자 어떤 깊은 나락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그런 느낌,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누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아내를 지켜본 남편은 어떻게 해줘야 할지 무척 당황했나보다. 10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극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더니 구토증상이 생긴 것이다. 남편은 내가 급체한 줄 알고 열손가락을 따주며 주물러줬다. 만약 혼자 있었더라면 어찌했을까, 나중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심히 걱정 되었다.
다음날 당장 병원에 갔더니 기력이 쇠잔하여 나타나는 증상으로 온몸이 가렵고, 심한 구토증상이 있고 더 심하면 대상포진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의사가 말한대로 남편한테 전했더니, 가거도 섬에서 사시는 시아버지께 전화를 드린 것이다.
“아버지, ○○엄마가 기력이 쇠잔하여 엄청 아팠거든요. 이런 일이 저도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가거도 흑염소 한 마리에 한약재 넣어서 약 좀 해주세요”
큰며느리가 아프다니 시아버지께서 많이 놀라셨나보다. 옆에서 전화 통화 소리를 듣고 계신 시어머니가 당장 우족이라도 끓여서 우리집으로 가지고 올라오신다고 하셨다. 며칠 후 시아버지께서 방목해서 키운 자연산 흑염소에 손발 따뜻하게 해주며 저혈압에 좋은 한약재와 특히 살 안찌는 한약재를 넣어서 만들었으니 한약 잘 먹고 건강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몸 보신 하라고 한약 챙겨서 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부모님이 며느리 한약을 챙겨주시면 안되는데...... 여하튼 잘 먹고 건강하겠습니다.”
“칠남매의 큰 며느리인 네가 건강해야 집안이 건강하다. 잘 먹고 건강해야 된다.”
어찌나 눈물나게 감사하던지 원래 약을 잘 못 먹는데, 이 한약만큼은 부모님 사랑을 생각하며 두눈 딱감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마실 것이다.
내 한약을 찾으러 부모님과 함께 목포에 있는 건강원에 갔다. 맛있는 것 사서 드시라,며 부모님께 한약 다린 값과 용돈을 조금 넣어서 봉투를 챙겨 드렸더니 한사코 거절하신다. 그러더니 내 한약 두 박스와 아침에 한 개씩 먹으라며 칡즙 한 박스까지 더 챙겨주며 아들과 손자도 몸보신 하란다.
쓰디쓴 한약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디단 꿀맛이 된다는 것을 나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한약을 마시면서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약 잘 먹고 건강해져서 부모님의 깊은 사랑에 보답하는 효도하는 자식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