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봉] 이모, 다리가 폭발할 것 같아요
[2013년 3월 30일 한새봉 출발]
~~~~ 한새봉 출발하기 전 인증샷~~~~
거의 1년만에 조카 둘과 우리집 뒷산 한새봉에 올랐다.
이 녀석들 이모와 함께 산에 간다고 하니, 무척이나 신이 났다.
작년보다 훌쩍 큰 민기,민채를 데리고 산행을 하면서
그 사이만이라도 정신없이 바쁜 여동생이 휴식의 시간을 갖기를 바랬다.
"집안 일도 놔두고 일단 잠이라도 푹 자렴."
"언니, 고마워~"
왕복 3시간 30분 산행 후, 두 녀석들의 표정들~
얼마나 강행군이였으면 아이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나와 함께 하면 봐주지 않는다. 이 녀석들한테는 군대 행군이였을 것이다.
ㅎㅎㅎ
[2012년 4월 한새봉] 1년 전의 모습이다.
제비꽃
요즘 야생화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산행 중에 만나는 야생화를 단박에 이름 불러줄 수 있었다.
산행 초입에 들어가면,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이때쯤이면 힘이 넘친 아이들이라
이렇게 각자 운동을 한다.
진달래
쇠별꽃
동생 민채는 형이 하는 것은 죄다 따라서 해야 된다.
"이모, 나도 잘하지... 그런데 이모, 많이 힘들어요~"
아이들은 산행 30분까지는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내리막에서 민채가 넘어졌다.
다행히 손에 피가 나지 않아 울지는 않았는데,
막내 특유의 어린냥을 피우는데..
"민채야~ 치즈 줄까? 치즈 먹으면 좀 나아질 것 같다."
민채 것으로 슬라이드 치즈 2개를 간식으로 챙겨줬는데,
1개를 줬더니, 아주 폭풍흡입한다.
치즈킬러 민채군.
세잎 양지꽃
앙증맞고 귀여운 양지꽃은 정말로 키가 작아서 꽃을 보려면
바닥에 가깝게 앉아야 얼굴을 볼 수 있다.
참 예쁘다.
쇠별꽃이 얼마나 작은 꽃인지 우리셋이 손을 모아봤다.
진짜 작다.
서로 주먹을 쥐어보자고 했건만,
개구쟁이 민채는 보를 냈다.
냉이꽃(?)
드디어 민채군이 뒤쳐지기 시작했다.
"이모, 정상은 언제 도착해요?"
1년 만의 산행이라 좋아서 두 녀석들이 조잘조잘 얘기도 많이 하며
주변의 모든 자연이 신기해서 나한테 물어보기도 많이 했던 녀석들이
1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말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계속 정상은 언제 나오냐고 20번은 물어본다.
제비꽃
아이들이 힘들어서 도중에 쉬었다 가자고 말해도
우리의 쉼터가 따로 있으니 거기에 도착하면 쉬자고 하여, 첫번째 쉼터에 도착했다.
동생이 싸준 간식을 먹으면서 피로를 어느정도 풀었다.
훨씬 이 녀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 이제 쉬었으니 또다시 출발~
먹고 힘이 났던지 운동기구도 타고
슬라이드 치즈 폭풍흡입 중
(네모난 치즈를 두번 접더니 한 입에 쏘옥~)
힘든 산행을 이겨내게 하려면,
또 이렇게 민채가 좋아하는 치즈를 주면 된다.
이렇게 예쁜 길을 두 녀석과 함께 걸었다.
적어도 1년에 4번, 계절마다 한번씩 오자고 약속했다.
힘들게 산에 오르는 민기에게
"민기야, 이모는 너보다 나이도 많아 산행하기 힘든데, 너는 이모보다 젊으니까 산에 잘 올라가야 되지 않느냐?"
"이모~ 이모는 근육이 있잖아요. 그래서 힘이 생겨서 저보다 더 잘 걸을 수 있어요. 나는 어려서 근육이 없어요."
헐~~~
힘들어서 벤치에 누워 있는 민기에게
"민기야, 너 여기 누워 있으면 산에 오르기 힘들다. 여기서 잘래?"
"이모, 여기서 자면 저체온증으로 큰 일 나죠?"
헐~~~
울 민기군은 장래희망이 의사다.
초등학교 2학년 조카는 책벌레인데, 의학서적을 제일 좋아한다.
이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의학전문용어를 듣고 있으면
내가 깜짝깜짝 놀랄때가 많다.
정상은 언제 나오냐고, 노래 불렀던 녀석들이
이제 정말로 다 왔다고 했더니, 저렇게 험한 코스도 힘내서
으쌰으쌰~
정상 인증샷~
저 아래 놀이동산 패밀리랜드가 한 눈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 두녀석들은 아래와 같은 심오한 대화 를 나누지 않았을까......
민채: 형아, 정상까지 오기까지 진짜 힘들다.
민기:그래, 민채야. 수고 많았어.
민채:형아, 그런데 힘들어도 좋긴 좋았어.
민기:그래, 형아도 그렇게 생각한다.
민채:그런데 이모는 정상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면 맨날 다 왔다고, 조금만 가자고 거짓말 했어.
민기:형도 그렇게 느꼈어.
민채:내가 힘들다고, 이모한테 얘기하면 맨날 이모는
"그러면 민채야 힘드니까 다음에는 산에 절대 오지 말자."
맨날 맨날 이런 말만 했어.
민기: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민채야 힘들어도 산에 오니까 좋지.
민채:형아도 그래? 나도 그러는데...
민기:민채야, 이모는 꼭 군인 같아.
민채:맞어. 아주 대충이 없어. 우리들 끌고 갈때는 해병대 조교 같아.
민기:맞어. 이모가 군인이 되었어야 하는데....
한참 동안 놀이동산을 내려다 보고 있는 녀석들은 말없이 시원한 바람만 맞고 있다.
아마 분명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둘만의 이런 대화를 무언으로 나눴으리라.
하하하하하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이렇게 자연을 벗삼아 시원하게 온몸 운동을 했다.
자연 공부도 하고 체력 단련도 하고
우리 민채 속눈썹이 예술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훨씬 더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이모, 언제 집에 도착해요?"
그럼 그렇지. 하산길이니 이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두녀석들 도통 말이 없다.
어서 빨리 집에 도착해서 다리를 쉬게 하고픈가보다.
"민기야, 민채야 오늘 많이 힘들었지~"
"이모, 다리가 폭발할 것 같아요."
ㅎㅎㅎ
이제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내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다.
나에게 완전히 질린 상태
푸하하하하
산은 다 내려왔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개나리가 만개한 00마을 담벼락에서 찰칵~
이제 정말로 이모집에 거의 다 도착했다.
얼마나 힘들면 민기군이 도로 옆 고무 위에 저렇게 온몸이 풀린 상태로 앉아 있다.
걸어 가다가 앉을 곳만 나타나면 두 녀석들은 쨉싸게 앉는다.
ㅎㅎㅎ
봄날, 날씨도 환상적으로 좋은 날
나는 조카 두 녀석들과 행복한 산행을 다녀왔다.
올 여름, 다시 한번 산행을 기약해 본다.
자칭...조카 두녀석들의 체력 트레이너
오늘 산행도 임무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