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매일,특별한 일상
가만히 느껴봐~ 가을바람이 불어와!
순수산
2013. 8. 8. 09:51
안방의 선풍기는 켜지 않고 책을 봤다.
앞뒤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안방 창문을 열어 놓았더니
어디선가 미세하게 바람이 불어오는데, 더운바람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였다.
조용히 그 바람을 느껴봤다. 맞다. 가을에 부는 그런 바람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입추다.
이름만 입추가 아니라 조용하고 셈세한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맛을 느끼게 해준다. 바람이 그 입추의 참 맛을 보여준 셈이다.
찜통더위가 사람을 푹푹 쪄내도 더위라는 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길길이 뛰어도
가을이 오면 자리를 겸허하게 내줘야 하는 엄연한 사실을 나는 잠깐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남은 더위도 이제는 즐기자. 이 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책속에서 참 재미를 느끼는데,
아들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그 속에서 재미를 찾는다.
"아들, 방학 동안에 책책책 좀 읽어라. 제발~"
왜 이런 맛을 아들은 모를까, 싶다. 책 보라고 하면 스마트폰 잠시 놔두고 안방에서 TV 본다.
헐,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출판시장의 불황이 왔다고 하는데...
나라도 열심히 책을 읽자. 책을 읽다보면 분명 소장하고픈 책을 구매해서도 읽게 되니,
나는 출판시장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13.08.07 저녁 8시 쯤 박완서님의 [세상에 예쁜 것]을 읽은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