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인생에 because 단어보다 despite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라
사랑하는 아들아~
어제는 네가 입소할 때 입고 간 옷이랑 신발이랑 모자랑 엄마아빠한테 쓴 편지가 담겨있는 소포를 받았다. 다들 장정소포 받으면 운다고 하던데, 엄마도 눈시울이 뜨거웠다. 그런데 울지는 않았어. 울아들 편지를 여러번 읽었다. 바로 앞에서 너랑 대화하는 것 같더라. 입소한지 이틀 후에 쓴 편지라 아직은 힘든 것은 별로 없고, 시설도 좋고, 밥도 맛있고, 전우들도 좋고, 대장들도 아빠처럼 잘해준다고 하니 엄마 마음이 한시름 놓인다. 한달 동안 캠프 왔다고 생각하고 5주 후에 만나니 네 걱정하지 말고 그때까지 편안 마음으로 기도하고 기다리라는 말에 무척 어른스럽더라.
아들,
입소 전에 축구하면서 삐끗한 발목이 좀 아프다고 하는데, 의무대에 가서 꼭 처치받기를 원한다. 붕대를 발목에 감고 자면 좀 나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멘솔래담을 발라 맛사지도 하렴. 그러니 어디 아프면 바로바로 의무대 조교한테 얘기해서 병을 키우지 말아라. 네 몸은 네가 잘 지켜야 된다. 알았지.
아들,
친구 도희한테 네 훈련소 주소 알려줬더니, 바로 네 페이스북에 올려서 친구들한테 편지쓰라고 부탁하더라. 엄마도 주변 지인들한테 주소 알려줬다. 훈련소에서 편지 읽는 것이 낙이잖아. 너도 엄마아빠 편지 받으면 답장 자주 써주렴. 네 편지 받는 것이 우리에게 큰 기쁨이다.
수료식때 챙길 물건 있으면 미리미리 얘기해주렴. 엄마가 잊지 않고 챙겨갈께. 엄마 편지를 읽고 물어본 것에 대한 대답은 편지쓸때 꼭 해주길 바란다.
아들,
엄마가 늘 얘기했듯이 “내 인생에 because(비커이스)의 단어보다 despite(디스파이트)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라.” ~ 때문에 못한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진짜 사나이가 되렴. 울아들 군대 가기 전에도 멋진 사람이였는데, 제대하면 얼마나 더 멋진 사람이 되어서 올까!
그동안 훈련 잘 받길 바라며, 우리서로 편지로 소통하자. 또 편지 쓸께~ 아빠도 곧 편지 쓸 거야~.
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