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추억의 그곳에서 갑자기 아들이 생각났다
결혼후 맞벌이로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남편과 나는 같은 직장인으로서 쉬는 날이면 산행을 하든지 나들이를 하려고 애쓴다. 평일 5일 동안 열심히 근무한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다. 주일은 교회에서 보내고, 주말만 되면 외출을 한다. 황금같은 주말을 집에서 보내게 되면 무척이나 아깝다. 그도 그럴것이 올봄에 외동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나니, 둘이 보내게 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아들이 부대 공중전화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내게 전화를 하는데(그렇게 해달라고 내가 부탁했다) 나는 이 전화를 운동하면서 못받고, 너무 깊은 산속이라 통화가 되지 않아 여러번 못 받을 정도로 우리부부는 나름 잘 지내고 있다.
여름만 되면 꼭 한번씩 가보려고 했던 담양 명옥헌과 소쇄원을 이참에 또 갔다. 특히 소쇄원은 5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이곳을 찾으면 잠시나마 가쁜 숨을 깊게 내쉬게 된다. 느림과 여유 속에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되찾아 돌아가는 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남편과 원림을 천천히 걸으면서 깊게 호흡한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바람소리 댓잎 부디끼는 소리가 여름을 잊게 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가족이 이곳에 놀러와 코알라처럼 대나무를 올라탄 기억이 엊그제처럼 생생하게 생각난다. 그날 어떤 옷에 어떤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난다. 그런데 난데없이 남편도 그 초등학생 아들이 생각났을까? 대뜸 대나무를 올라탈테니 사진을 찍어달란다. 대나무를 타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는지라 속없는 어른이라 흉볼지 모르지만 짧은시간 우리는 이 사진을 통해 10년 전의 아들을 동시에 기억했고, 비록 이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엄마 아빠 마음속에는 늘 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이 보고 싶다.
늦은 아점을 먹고 출발했으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고서 사거리에 수타면 중국집에서 오랜만에 자장면을 먹었다. 남편은 곱빼기 나는 보통을 시켰다. 그런데 보통 자장면 한그릇도 다 못먹고 절반 정도를 남편에게 덜어줬다. 원래 중국음식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나름 소식가이다. 그런대로 맛난 자장면을 먹고 로컬 푸드점에서 싱싱하고 저렴한 과일과 야채를 사서 귀가했다. 하룻동안 가슴 벅찬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이렇게 쌓인 행복한 시간은 다음 한주간도 일터에서 씩씩하게 헤쳐나갈 힘이 될 것이다. 주말, 집에서 쉬지 않고 이렇게 산책을 하는 것은 몸과 마음에 불필요한 지방을 태우고 단단한 근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쇄원 : 담양 소쇄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원림(園林)으로 민간 최고의 정원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양산보(1503∼1557)는 열다섯 살에 정암 조광조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스승이 바른 정치를 구현하다 기묘사화(1519년)에 연루되어 죽게 되자, 열일곱 살에 고향인 담양으로 돌아와 소쇄원을 짓고 그곳에 머물며 평생 세상에 나가지 않고 은둔하였다. 소쇄원은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인데, 양산보는 계곡 가까이에 정자 광풍각을 세우고, 방과 대청마루가 붙은 제월당을 지어 그곳에 거처하며 조용히 독서를 하였다. 당호(堂號)인 제월(霽月)은 ‘비 갠 뒤 하늘의 상쾌한 달’을 뜻한다. [Daum 발췌]
대나무 타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서 10 년 전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500년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 으로
3년전에 소쇄원을 포스팅 했다.
소쇄원 : (2011.08.09)
http://blog.daum.net/jinfeel0506/1614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