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또는 그레이트
송경태 작가의 『남극의 꽃』을 읽었다. 남극마라톤대회를 쓴 시각장애인 송경태 작가의 인간 승리 이야기다. 그는 세계 최초 1급 시각장애인 어드벤처 레이스 그랜드슬래머가 되었다. 절벽과 크레바스(빙하가 이동할 때 생기는 응력에 의해 빙하에 형성되는 열극이나 균열)를 만나고 눈보라와 블리자드(온도가 낮고 강한 바람이 불며 많은 눈이 오는 악기상)를 만났으나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태극기를 남극에 꽂았다.
1982년 군대에서 수류탄 사고로 젊디젊은 22살에 두 눈을 실명했다. ‘수류탄에 의한 양안 파편 창’이라는 병을 얻어서 그 이후 빛과는 영원한 결별을 하게 되었다. 그의 지난한 삶이 어떠했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많은 장애 중에서도 볼수 없는 장애가 가장 힘들거라고 생각한 나로서 이 저자가 이룬 그레이트한 삶에 진심을 담아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보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그는 마음으로 뜨거운 태양을 품었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몽골의 고비 사막, 남미의 아타카마 사막을 거친후 희망의 길을 만들기 위해 남극으로 숨가쁘게 내달렸다. ‘해주는 밥이나 먹고 방안에서 지내야 할 팔자’였던 저자는 3개 대륙의 불타는 사막 750킬로미터를 완주하고 마지막으로 남극코스까지 완주했다.
비장애우들도 목숨 걸고 도전한다는 ‘어드벤처 레이스 그랜드슬림’을 장애를 가지고 달성했으니 그의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과 무한한 가능성이 존경스럽다. 남극마라톤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Ushuaia)로 가야 한다. 세 차례나 비행기를 바꿔 타면서 40여 시간의 장거리 비행은 시차, 대기시간, 기온 차이까지 겹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인데, 항공료 기타경비를 빼고도 참가비로 1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레이스 참가자들 모두 ‘크레이지 또는 그레이트’다. 미치지 않고서야 아니면 대단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레이스를 할 생각을 했을까. 저자 스스로도 미련 곰탱이 짓이라고 했지만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희망이 절절하게 마음으로 전해진다.
비록 역경에 처해 있을지라도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붙들고 있으면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 저자의 그랜드 케니언 울트라 271km 완주 마라톤을 비롯한 주요 도전기를 보면 연신 감탄사가 나온다. 엄홍길 도전상을 비롯하여 한국장애인 인권상 장애극복상등 상훈도 이력만큼 화려하다. 7권의 책도 썼다. 한걸음씩 내딛는 그의 발자취마다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향해 어디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살고 있는지 뒤돌아 보게 되었다.
미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불광불득(不狂不得)이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면 그 방면에 그레이트한 사람이 된다.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내게도 미치는 일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다행히 독서가 있다. 아무리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을 쪼개가면서 하루에 2시간 이상 책을 읽고 있다. 일주일에 1권 이상 책을 읽는데 올한해에는 60권 읽는 것이 목표다. 책읽는 시간 때문에 다른 일은 좀 소홀한 편인데 그래도 꾸준한 독서가 내 인생을 풍성하게 그레이트하게 만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