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17개, 국립공원등산

[17-13] 치악산, 하늘구름 작품에 감탄한 비로봉 정상

순수산 2017. 10. 25. 08:27

 

[치악산 비로봉 정상]

 

 

추석 연휴때 치악산을 다녀왔다. 전라도 광주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왕복 8시간의 운전을 해야 하는 큰 마음 먹고 떠난 산행이었다. 탐방코스는 황골탐방지원센터 - 입석대 - 신선대 - 쥐너미재 전망대 - 비로봉 코스로 잡았다. 왕복 5시간 산행의 8.2 ㎞의 거리다.

 

치악산에 오르기 위해 남편과 나는 전날 치악산 근처에 있는 한증막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처음 가본 원주시를 일단 구경하고 한증막 주변을 산책했다. 한증막에 도착해서 사물함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다음에 가마니를 뒤집어 쓰고 펄펄 끓고 있는 한증막에 들어갔다. 우리는 2초 만에 바로 뛰쳐 나왔다. 뜨거운 열기가 내장을 익게 할 것 같았다. 어이가 없어서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한증막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진득하게 앉아 있는 그들은 과연 사람이 맞단 말인가.

 

치악산(雉岳山)은 단풍이 아름답다 하여 원래는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리었다. 그 후 치악산(雉岳山)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뱀에게 잡힌 꿩(雉:꿩 치)을 구해준 스님이 그 뱀에게 잡혀먹힐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꿩의 보은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뜻으로 연유된다. 산세가 험하여 "치가 떨리고 '악'소리가 난다"하여 치악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치악산은 한반도 중부지방 내륙산간에 위치하고 있다. 1984년 우리나라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공원면적은 175.668㎢로,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동쪽은 횡성군, 서쪽은 원주시와 접하고 있다. 치악산은 남쪽 남대봉과 북쪽의 매화산 등 1,000m가 넘는 고봉들 사이에 가파른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치악산에 와서야 붉게 물든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남쪽보다는 날씨가 춥고 고지대라서 해년마다 보는 단풍을 올해는 좀 더 빨리 본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푸르른 산이 많은 나라가 또 있을가.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아낌없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면서 정작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해외로 나가봐야 우리나라가 정말로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숲에 와서야 숲이 주는 생명의 산소를 들이마시며 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황골탐방지원센터에서 주봉인 비로봉까지 우리가 잡은 코스가 가장 짧은 코스다. 그렇기에 가장 험한 코스이기도 하다. 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줄곧 오르막길이라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쿵쾅쿵쾅 뛰었다. 온몸은 땀에 젖었는데 쥐너미재 전망대에 도착하자 산안개가 온 산을 덮어버린다.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 멋진 산세를 볼수 없기에 낭패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갈 길이 멀기에 우리는 착찹한 심정으로 산세를 즐길 틈도 없이 오직 비로봉을 향해 쉼없이 걷고 또 걸었다.

 

50년을 산 부부처럼 말없이 앞장 서서 걷는 남편을 본다. 굳이 나란히 걷지 않아도 이제는 좋다. 도시에서는 10 미터쯤 거리를 두고 걷는다면 외로웠을텐데 산에서는 그렇지 않다. 산이 나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속에 혼자 걷고 있는데 한무리의 맑은 소리가 들린다. 씩씩한 8명의 대학생들이다. 그들의 말과 웃음이 절반씩 섞인 소리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이 연휴때 산에 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빛나고 멋졌는지 모른다. 그들에게서 희망이 보였다. 이들과 함께 비로봉을 향해 걸어갔다. 쉼없이 걷는 오르막길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 있는데 눈앞에 세 개의 돌탑이 어슴푸레 들어온다. 드디어 주봉인 비로봉에 도착했다.

 

치악산 비로봉에 세워진 미륵불탑(彌勒佛塔)은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이라는 사람이 꿈에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3기의 돌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가 있어 혼자서 탑을 쌓았다고 한다. 1962년 9월 처음 쌓기 시작하여 1964년 5층으로 된 돌탑을 모두 쌓았으나 1967년과 1972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졌던 것을 용창중씨가 각각 그 해에 복원했다고 한다.

 

미륵불탑은 1994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륵불탑 중 남쪽의 탑은 「용왕탑」, 중앙의 탑은 「산신탑」, 그리고 북쪽의 탑을 「칠성탑」이라고 한다. 1974년 작고한 용창중씨 덕분에 비로봉 정상에서 정교하게 쌓아올린 돌탑을 세 개나 볼 수 있었다. 비로봉에 이 돌탑이 없었다면 밋밋했을텐데, 용창중의 신념이 후대의 사람들에게 웅장한 돌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전경이 웅장하다. “와아~” 여기저기서 감탄이 쏟아진다. 2시간 30분 동안 힘겹게 걸어온 시간을 한순간에 기분좋게 씻겨준다. 구름이 내 발 아래서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다. 어디를 봐도 장관이다. 구름층이 여러갈래다. 구름마다 모양새도 다르다. 구름쑈를 하는 것 같다. 자연이 빚어낸 멋진 작품을 한참 동안 구경한 후 주변을 살피니 등산객 중에 여자는 나를 포함해서 딱 2명이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이룬 것처럼 멋지게 느껴졌다. 간식으로 챙겨간 것이 별것도 아닌데 비로봉에서 먹는 간식은 이 세상 최고의 맛이 되었다.

 

충분히 자연을 만끽했기에 가슴 뻐근하게 충만함을 안고 하산을 했다. 비로봉을 보기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씩씩하게 등산길에 올랐다면 하산길은 무릎이 시큰거려서 무척 힘들었다.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심지어 뒷걸음으로 내려오기까지 했다. 치악산 비로봉에서 멋진 광경을 봤기에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했다. 다리 통증을 느끼면서도 나는 다음 산행의 계획을 미리 세우며 내려왔다. 치악산은 전국 국립공원 17개의 산 중에서 13번째로 오른 산이다. 나의 산행 버킷리스트를 또 하나 달성했다.

 

 

[미륵불탑]

 

 

 

 

 

 

 

 

[출발 전에 화장실 거울에 인증샷]

 

[남편의 배낭무게는 7kg, 나는 4kg/ 적당한 무게]

 

[10월 9일 치악산 단풍]

 

 

 

[쥐너미재 전망대에 오르자 산안개로 덮혔다]

 

 

 

 

 

 

[주인장이 쉴때 배낭도 쉰다]

 

 

[오르고 또 오르고]

 

[아하! 단풍이다]

 

 

 

 

[치악산 비로봉 정상, 해냈다.]

 

[치악산 비로봉 정상, 나도 해냈다.]

 

 

 

 

 

 

[비로봉 정상에서 먹는 간식이 최고의 맛]

 

 

 

[구름층이 다양하다]

 

[치악산 비로봉 정상에서 멋진 구름을 보면서]

 

 

 

 

 

 

 

 

 

 

 

 

 

[치악산 한증막에서 1박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