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줘도 줘도 또 주고 싶은 사람

순수산 2005. 12. 24. 10:16
 

“줘도 줘도 또 주고 싶은 사람”


한겨울에도 냉수마찰로 정신력을 다질만큼 남편는 추위에 강한 사람이다. 이에 반해 겨울만 되면 혈액순환이 안되어 손발이 얼음처럼 차가워 엉덩이 밑에 손을 깔아야 하고 양말을 신고 잠을 자야 하는 나에게 겨울은 힘든 계절이다. 남편은 보일러를 틀고 자면 사람이 축 쳐저서 싫다고 성화고 나는 이 추위에 보일러는 틀고 자야 한다며 티격태격 잠자리가 소란하다.


며칠전 남편은 퇴근길에 온열치료기라며 고급스런 매트를 들고 왔다. 얼굴 가득 반가움을 안고 이 물건이 어찌 우리집에 오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회사 사모님이 선물로 주셨다󰡑라는 것이다. 직접 사용해 보시고 몸에 좋은 것 같아 손발이 찬 내가 생각나서 남편에게 들려보내신 것이다. 예전부터 매트를 선물한다고 했으나 남편은 부담스런 물건이라며 거절를 거듭했다고 한다. 그러나 들고 온 것을 보니 순전히 나를 위해서 허락했을 것이다. 남편은 너무 거절을 해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받아왔다고 하나 성격상 쉬운 결정이 아니였을 것이다. 황소마냥 터벅터벅 바른길을 걸어가는 남편은 내것이 아닌 것에는 탐하지 않으며 원리와 원칙을 지켜가는 흔들림 없는 곧은 사람이다.


남편의 회사 사장내외분은 중소기업을 경영한다. 인정을 찾기 힘든 세상에 샘물처럼 솟는 정(情)을 직원들에게 쏟으며 가족처럼 대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외국인 근로자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그들에게 진심어린 사랑으로 채용하여 튼실한 직원으로 성장시킨다.


월급날이면 봉투 속에 󰡐실장님은 회사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입니다. 한달동안 고생 많았으며 앞으로 더 좋은 관계로 회사를 같이 이끌어 갑시다󰡑라며 사모님 자필로 한달동안 노고에 감사를 담아 전해준다. 그리고 사십대 중반이 되면 몸이 말을 걸어와 쉬이 건강을 잃을 수 있으니 몸을 보호해야 한다며 보약을 지어 주시고,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제대로 키우는 거라며 인생선배로서 지혜로운 말씀을 해 주시는 자상하신 분들이다. 상하 종속관계가 아닌 누구든지 사장이 될 수 있는 분위기로 서로 내 회사라며 성심성의껏 근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싶다.


올 겨울 깊은 배려로 따뜻하게 보낼 것 같아 사모님께 감사의 전화를 드렸다.

“귀한 선물 매트 잘 받았습니다. 늘 받기만 하고 보답은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별 말씀을 하십니다. 실장님은 우리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 보답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줘도 줘도 또 주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꼭 그런분이 실장님입니다.”

“그렇게 좋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전화를 끊고도 한참동안 흐뭇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어디를 가든지 성실하고 진취적인 남편이 더욱 믿음이 가고 인정많은 좋은 분들과 근무한다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고사성어처럼 옛말이 되어버린 ‘한가족 한솥밥’이라는 말을 이렇듯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장내외분께 감사들인다. 이런 분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욱 밝을 것이며 추운 겨울 얼어 있는 마음을 훈훈한 정으로 하나하나 녹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