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을 안고 귀농한 친구의 집(해남)을 찾아가야 하는데 네비도 없는 우리에겐 시골길 찾아가는 것이
고시 패스처럼 어려운 문제였다. 특히나 길치인 울 황제께서는 제일 어려운 문제였으니...
해남군청에 도착하여 전화를 하니 친절하게도 친구가 마중나온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이 친구 정말 다정다감하다.
군청 앞에 큰 나무가 있었는데 나무속이 시멘트로 고정되어 있다.
오래된 나무인듯 싶은데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정말 희한하게 연명하고 있었다.
강한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로 오랜만에 본 친구가 반가웠다. 남편의 친구는 고로 나의 친구인 셈..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하고 친구 차를 따라 우리들의 아지트인 집을 찾아갔다.
아침부터 와서 열심히 고구마를 캐고 있는 경기도, 수원친구네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난생처음 고구마를 캐봤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한사람이 한 이랑씩 책임지고 고구마를 캐는데 나는 영 실적이 부진하다.
다들 저만큼 앞서가는데 나는 고구마를 잡고 씨름하고 있다.
이놈의 고구마가 좀 힘있게 캐려고 하면 호미가 찍어버리고
살살살 달래서 캐려면 영 뽑아지지 않고
고구마 뿌리있는데까지 호미로 흙을 긁어서 다 됐다 싶어 뽑으면
뿌리있는데서 똑 부러진다.
나는 고구마 캐기가 아니라 문화재 발굴이라도 하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심혈을 기울려 다치지 않게 캤다.
"빨랑 빨랑 해~~~ 언제 다 할꺼야. 이러니 아줌마들은 일당의 절반이랑께~"
입담 좋은 그날의 강반장께서 나를 갖고 장난을 친다.
고구마를 캐기 시작하여 10여분까지는 무지 재미있었다.
디카로 이 현장을 생생하게 담으면서 신나했는데
20여분 부터는 웃음이 사라졌다.
그만큼 쪼그려 앉아 힘이 들었다.
고구마를 캐다 보면 이런 모양들도 나온다.
왼손이 턱하니 박혀있다. (호미곶 "상생의 손")
막 캐낸 고구마는 이렇게 실뿌리도 많고 제멋대로 생겼다.
예쁘게 다듬어진 고구마들만 보고 사먹었는데 나는 이렇게 못생긴 고구마인줄 몰랐다. ㅋㅋ
고구마 줄기를 잡고 들어보니 여러개의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고구마도 호박처럼 넝쿨채 기쁨과 행복이 들어오겠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울황제 옆에서 즐겁게 입담을 늘어놓는 강반장...
강반장은 몸으로 일은 안하고 입으로 일을 한다.
그런데 우리를 엄청 즐겁게 해준다.
분명 이런 사람도 꼭 필요한 법...
강반장이 내온 새참이다.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자 멧돼지 덫을 놓았는데 그 덫에 멧돼지가 잡혔단다.
그래서 잡아서 된장 넣고 푹 삶아
이렇게 가져온 것이다.
새참 치고는 좀 그렇다.
나는 흑염소인줄 알았네...
강반장이 내온 새참을 네명의 대학친구들이 참 맛나게도 먹는다.
이 친구들 이야기의 절반이 웃음이다.
말만 하면 웃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나도 이 친구들을 만나면 즐겁다.
새참 먹는 주변에 붉은 여뀌도 있다.
여뀌: 마디풀과(─科 Polygonaceae)에 속하는 1년생초.
예쁜 나팔꽃도 팡파레를 터뜨리고...
배추밭인지... 배추꽃인지 구별이 안될만큼 예쁜 초록꽃들...
함께 우리를 반겨줬다.
고구마를 열심히 2시간 정도 캐주고(일당의 1/4)
우리가 캔 고구마 2푸대를 수당으로 받았으니....
친구의 마음을 듬� 담아온 셈이다.
이제 내년이나 만날 것인데 그동안 건강하게 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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