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첫눈, 너에 대하여

순수산 2008. 11. 19. 00:11

 

<늦은밤 첫눈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맞이하다>

 

제자훈련을 마치고 11시경 교회 사택을 나오니 첫눈이 소복히 쌓였다.

"와~ 첫눈이다."

어제 봤던 눈이 아니라 올 겨울 처음 내리는 눈이라 새롭게 맞이하게 된다.

첫눈이라서 기대가 되었고 괜슬히 강아지처럼 기분이 좋다.

첫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신선함과 풋풋함이 가슴 설레이게 하고

첫눈은 늦은 저녁 조용한 틈을 타 가슴으로 잔잔히 전해진다.

 

눈은 조용히 온다. 주룩주룩 소리내면서 오는 비와는 사뭇 다르다.

눈은 소리없이 내린다. 방심하고 있으면 어느새 차곡차곡 쌓인다.

눈은 새까만 세상을 순백색으로 만든다. 순간 내 마음도 눈처럼 희다.

눈은 차갑다. 그래서 따뜻한 것을 찾게 한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자를 안고 싶다.

눈은 연인을 만든다. 나란히 걷다가 서로 어깨를 끌어안고 싶어진다.

눈은 고즈넉한 카페 창가에 앉아 향기로운 차를 마시면서 연인과 함께 쳐다보면 느낌이 배가 된다.

첫눈은 대체로 진눈깨비로 시작한다. 비인가 눈인가 구별하기 어렵게 한다.

눈이 오면 산에 오르고 싶다. 온세상이 하얗게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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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내일 출근길 비상이겠다. 출근 시간을 좀 앞당겨야겠다.

 

"눈 오는날 이런 날에 올나이트해야 되지 않을까...."

웃자고 한 얘기 울 황제...

"니가 애기냐~"

"그러는 자기는 왜 첫눈 온다고 나한테 문자 보냈어"

"그거야, 눈이 오니까 알고 있어라, 뭐 이런 뜻이였지."

"나, 참"

 

 

<아침,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