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한새봉에서 불어오는 아카시아 향기가 바쁜 우리들을 Call한다.
무슨 일이든지 다 때가 있는 법...
아카시아 향기가 부를때는 만사 제쳐놓고
향기 맡으러 가야 한다.
주일 낮 예배를 드리고 한새봉의 동지인 팀장님께 문자를 날렸다.
"오늘은 피곤하니 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아카시아 향기만 맡으러 가게요"
"오케이"
하하하
그런데 울팀장님 언제부터 나와 같이 가면 천천히 산에 오르는 본인 때문에
내 운동에 방해가 된다고 내심 피하는 분위기이다.
산은 좋아하나 산에 오르는 것은 영 힘들어하신...
항상 같이 가면 나는 저만큼 앞서가고
팀장님은 내 뒤를 따라 오르는데...
그래서 나보다는 산보하기에 어울리는 팀장님의 동지와
함께 가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신 모양이다.
그 동지는 이름하여 안집사님...
그런데 안집사님 가는 길에 그의 부군이 항상 동행하여 사랑하는 아내를 보호하신다.
그래서 우리 넷은 산이 아니라 오늘의 목적은 향기만 맡으러 산에 가게 되었다.
적어도 산에 오르기 전에는...
<아카시아 퍼온 사진>
아파트 뒷길을 따라 정말 힘들지 않는 평지를 선택하여 산에 오르는데 코를 간지럽게 하는 달근한 아카시아 향기가
솔솔 풍긴다. 눈을 감고 있으면 은은한 향기가 바람과 함께 달려든다.
5월 초에 이렇게 예쁘고 복스러운 하얀 아카시아 꽃이 피는구나.
주택가 담장에는 빨간 덩쿨장미가 고개를 내밀더니...
보는 것보다 먹는 것에 더 지대한 관심이 큰 어느분이
"아카시아 가지를 하나 꺽어주세요. 먹게"
힘센 어느 분이 점프하여 가지를 꺽어주니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며 한입한입 입에 넣으신다.
나는...절대 안 먹었다.
나는... 먹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좋고 또한 사진 찍은 것이 더 재미있다. ㅋㅋㅋ
이것은 무슨꽃(?)
블러그 친구인 <마음>님이 보시면 대번에 이름을 불러주실텐데...
나는 아는 것 빼고 다 모른다. 그래서 이 꽃이름도 알지 못한다.
하얀 장갑을 끼고(두분 다) 산행의 장비는 그 누구보다도 잘 챙겼으나...
몸은 산 정상보다는 이렇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발보다는 입(?)으로 산을 오르는 정말 재미있는
이해하기 쪼매 힘들지만 여러번 같이 산에 가다보니 이제 이해가 되어가는 예쁜 두분이다.
이 분들한테는 여유가 있다.
산에 오르기 전부터...
오늘은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향기 맡으러 가는 것이니까
빨리 정상에 가자고 재촉하지 말라고 엄포를 줬다.
그러나
화장실에 갈때와 나올때가 분명 차이가 있듯이
막상 산에 오르니 이미 발걸음은 산 정상을 향해서 참 부지런히 걷고 있는 그분의 부군과 나
정말 오늘은 피곤해서 도저히 정상에는 못간다고 애걸하며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발빠른 두사람은 갔다오란다.
좀 미안한 감은 있지만 몸이 움직이는 대로 그 부군과 함께 정상에 후딱 갔다왔다.
그제서야 뭔가 제대로 운동을 한 것처럼 개운했다.
그런다고 내가 산을 아주 잘 오르는 다람쥐냐...하하 그것은 아니라는 말씀.
워낙 두 여성분이 잘 오르지 못하므로 그냥 보통인 내가 아주 잘 오르는 사람처럼 되어버린 셈이다.
울황제와 산에 오르면 나는 질질 끌려가는 신세
나랑 같이 산에 가면 운동이 안된다나 어쩐다나. 하하
"산을 잘 오르는 사람은 옷도 이쁜 옷을 입어요."
하하하
검정운동복 사이에 유독 가운데 이쁜 옷의 주인공이 눈에 띈다.
이 남방 옷은 아주 특별한 옷이다.
<자랑하고 싶어서...>
이건 또 무슨꽃일까.
입으로 불면 꽃이 금방 흩어질것처럼 약하다.
<퍼온 사진>
아카시아 향기만 맡자고 했던 산행이 결국 정상까지 오르게 되었다.
정말 좋은분들과 화기애애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분들과 함께 하면 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오늘 향기를 맡으며 오른 산행이 두고두고 코끝으로 남을 것 같다.
산에서 내려와 아스팔트 도로에 발을 닿자마자...
두 여성분들은 벌써 저녁식사 먹거리에 대해서 계획을 짠다.
"권사님...우리집으로 식은밥만 가져오세요."
"상추하고 파프리카가 있으니 오늘은 웰빙으로 먹게요."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두분을 보면서
하나 먹을 것만 있어도 서로 나눠먹고
거창한 음식대접이 아니라
<저녁예배를 가야 하므로 시간은 늘 촉박하다>
뚝딱 뚝딱 바로 해먹을 수있는 달인의 두분.
집에 있는 음식에 특별한 음식 하나만 만들어서
바로 대접하는 섬김이 몸에 밴 그분들을 통해
나는 오늘도 진정한 섬김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게 되어서
또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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