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추도일이 있어 간단하게 음식준비를 했다.
칠남매의 맏며느리로서 17년을 살아오다보니 음식준비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다.
단, 추도일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밖의 친지들에게
또한 예전에는 음식준비하느라 고생많다고 전화 한통이라도 하던 친지들이
깜깜 무소식일때가 심적으로 힘들다.
별것 아니라고 쿨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말한마디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살아오면서 철저하게 느끼는 것은
모든 행사를 주최하는 자와
그 행사에 초대되는 자의 마음가짐은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행사에 초대되는 자들은
행사를 주최하는 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필요가 있다.
이날 목포에서 시부모님과 세째 서방님만 단촐하게 참석했다.
음식맛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정성을 들였다.
집에 도착하마자 내 일손을 거들어주시겠다고 주방에 들어오시는 시어머니께..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소파에 앉아서 쉬세요.
오늘 음식 주방장은 접니다."
항상 대식구들에게 맛깔스럽게 음식준비 해서 주시는 어머니께 오늘만큼은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
6인용 상에 차린 음식으로 푸짐하게 셋팅한 후
"잠깐만요~~~"
식사하기 전에 인증샷을 찍어뒀다.
그리고
울황제의 기도가 끝난 후 우린 맛나게 식사를 했다.
앞접시에 쌈무 한장을 깔고 색색의 노란 빨간 파프리카, 오이, 계란, 맛살, 햄 6가지 채를 집어 넣어 돌돌돌 말아
소스를 찍어서 드신 울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셨다.
"앗따 맛나다~"
웰빙이라며 울아버지께서도 맛있게 드셨다.
세째 서방님도 맛있다며 밥을 세그릇이나 비웠다.
여러 음식을 할 필요는 없다.
온가족이 마음으로 대하고 서로 얘기나누며 웃고 즐긴 시간이
어떤 산해진미보다 더 맛났다.
아삭아삭 경쾌하게 씹히는 무쌈요리로 나는 오늘도 음식으로 칭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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