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든 셀레임이 있다.
울황제를 만나 1년 반동안 연애하면서 늘 가슴이 설레였던 것 같다.
책을 읽어도 책속에 그의 얼굴이 그려지고, 어디를 가더라도 늘 내 생각 속에는
그와 함께 동행했다. 여자친구들과 맛난 것 먹을때면 항상 그가 생각났고
경치 좋은 곳을 가면 그와 함께 오고 싶어서 갈무리해둔다.
물론 결혼을 해서도 그 생각들은 변함이 없다.
<닭살 돋으면 긁으시라.ㅋㅋ>
또 하나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책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땐 교과서 보고 공부하기도
바쁜 시간이였는데, 간혹 반 친구들이 하이틴로맨스 같은 류의 책을 읽으면 한심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꼭 공부 못한 것들이 소설책만 읽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땐 그랬다.
본격적으로 내가 책을 폭식하게 된 시기는 첫직장 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부터다.
내가 근무한 교무처는 1층에 있었고 그 건물 5층에 도서관이 있었다.
대학생을 위한 도서관인데 나는 직원 중에서 가장 뻔질나게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나는 교무처로 배정되었고 지금도 만나고 있는 한 친구는 도서관에 배정되었다.
그 친구가 어찌나 부럽던지.. 수강신청 등 업무 특성상 아주 바쁠때가 많았는데
그 친구는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근무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불공평하게 생각되었다. ㅋㅋ그땐 그랬다.
그시절엔 일주일에 두권씩 책을 먹어해치웠다. 그렇게 책이 맛있었다.
직장 근무하면서 대학을 다녔기에 학과 공부 하기도 버거웠는데, 별도로 책을 많이 봤다.
아마 순수한 청소년기에 책을 많이 읽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지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쯤에서 나의 고민이 하나 있다. <무릎팍 도사가 해결해 주시려나...>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끝까지 읽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와중에 새로운 책을 접하게 되면 그책을 읽고 싶어서 막 설렌다.
그러니 집과 사무실에 읽다만 책이 10여권 늘 쌓여 있어 주변 정리정돈이 안된다.
어제 퇴근 후 집에서 어떤 책을 읽다가 불현듯 멋진 책을 또 만나게 되었다. <빨리 만나고 싶다.>
그러니까 책을 읽다보면 책속에 책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특별히 좋아한 책이든, 같은 출판사의 책이든, 본문에 나온 책이든 책을 읽다보면 못해도 10여 권의 책을 또 만나게 된다.
공부를 하다보면 공부할 것이 더 많아지는 것처럼...
내 앞에 누군가를 만나 얘기하면서 내 머리속에는 나를 설레게 하는 또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게 되는 꼴이라 할까.
일단, 도서관에 근무하는 여동생에게 책을 검색해서 대출해주라고 해놓았다.<동생이 도서관에 근무한 것이 내겐 얼마나 지원군이 되는지 모른다.>
이 책을 곧 만나기를 기대하고 고대하며 만나는 그날까지 설레임은 계속 될 것 같다.
(책도 사람처럼 만나기 전에 설레임이 극대화된다. 만나고 나면 그 기대치는 좀 떨어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ㅋㅋ)
"언니~ 언니가 말한 그 책 대출했소. 내 곧 가져다 드리리다."
나는 동생 입에서 나온 이 말을 사랑한다. 물론 동생을 더 사랑한다.
30대의 팔팔했던 시기는 아니지만 지금도 책을 만나면 특히나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을 접하게 되면
가슴이 설레고 기분이 막 좋아지고 행복해지고 책을 읽을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기쁘다.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간혹 어떤 책을 읽다보면 괜한 시간낭비가 된 책들도 있다. 보기에 시시한 책들도 많다. ㅋㅋ
그러더라도 그 책에서도 뭔가 한자락 배움이 있었기에 책을 대하는 마음자세는 일단 <겸손>이다.
폭식보다 편식이 더 나쁘다. 앞으로 골고루 먹자. 딱딱한 음식도 섭취하고 쓰디쓴 음식도 섭취해야 내 몸에 좋다.
나는 오늘도 지적 배고픔을 달래고자 책을 마음과 머리와 가슴으로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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