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쑥 다듬는 아들

순수산 2011. 3. 15. 09:14

 

<쑥 다듬고 있는 아들~>

 

 

"엄마, 나 윤수인데, 이마 찢어져서 00병원 응급실에 있어."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아들의 다급한 문자가 담겨져 있다.

 

모처럼 퇴근하고 곧바로 헬스클럽에 가서 2시간 정도 운동한 후 상쾌한 마음으로 

샤워하고 탈의실에서 핸드폰을 열어보니, 아주 긴박한 상황이 2시간 동안 있었음을

핸드폰은 비서마냥 말해준다. 

항상 바램이지만 핸드폰을 놓고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는데,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

 

아들의 문자를 다음으로 00병원 카드결재금액이 찍힌 것을 보니

아빠가 근무중에 와서 모든처리를 한 것 같았다.

 

바로 아들한테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마, 야.자시간에 우리반하고 옆반하고 축구시합을 했는데, 옆반 등치 큰 놈이 공을 차길래 몸으로 막았거든.

그런데, 이마를 맞고 안경이 깨지면서 안경이 내 이마를 찢은 거야.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이제 막 축구를 하려고 한거야.

공은 차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된거야. 아주 어이없게~~~"

 

아들은 축구공이라도 차보고 다쳤으면 덜 억울하겠다는 심정으로 나한테 토로했다.

"얼마나 찢어졌는데, 눈은 안 다쳤어?"

"응, 이마만 2센치 정도 세로로 찢어졌어."

"엄마, 곧 집으로 갈께~"

 

한참 여드름 때문에 고민에 쌓여있는 아들이 이제 이마에 흉터까지 남게 되니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아들~ 그래도 눈은 괜찮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엄마, 이마가 욱씬욱씬거려~ 뭐 먹을때도 땡겨~"

 

00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병원에서는 상처를 꿰매기를 원했으나,

울 황제가 성형외과에서 한다고 그냥 데려온 것이다.

.

.

 

모처럼 쉬는 주말~ 도서관에 갈 부푼 마음이 컸는데,

아침부터 아들 데리고 신세계백화점쪽으로 달렸다. 그쪽에 성형외과가 그래도 많다는 것을 알기에

토요일이라 두곳은 의사쌤이 출근 안한다고 하고

<성형외과는 주로 예약제라 그렇단다>

세번째 찾은 병원에서 부분마취를 하고 간단히 처치를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아들을 위로하고,

단골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추려는데, 사장님이 오후에 출근한다고 하길래

오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그냥 되돌아왔다.

햇살은 따뜻하게 비추고 아들 손잡고 집으로 오는데 도로가 옆 좌판에 봄나물이 파릇파릇 푸짐하다.

 

단골 좌판에 가서

미나리 2천원, 부추 2천원, 쑥 2천원, 달래 2천원, 표고버섯 3천원 어치를 샀다.

<식구가 달랑 셋이기에 나는 좌판에서 푸성귀를 살때 더 달라고 해본적이 없다. 더 준다고 하면 아니, 됐다고 그냥 감사하다고 한다.

대신, 이 나물로 요리는 어떻게 하냐고, 자주 물어본다. 그러면 그분들은 바쁜 가운데서도 친절하게 엄마처럼 요리방법을 말해주신다.>

달래간장 : 달래는 다듬고 씻어서 잘게 잘라 설탕, 참기름, 고춧가루, 깨를 넣어서 달래간장을 만들어놓고

부추나물 : 부추는 씻어서 삶아 들기름과 깨를 넣어 소금기 없이 무쳐놓고, 고혈압이 있는 울황제한테 좋은 요리임.

미나리 무침: 미나리는 다듬고 씻어서 삶아 삼삼하게 무쳐놓고, 울황제한테 또 좋은 요리임.

들깨가루 표고버섯 볶음 : 먼저 양파를 썰어 볶다가 버섯을 넣고 자박자박하게 볶은 후 들깨가루를 넣고 소금 약간 넣으면 됨. 울황제를 위한 음식임. ㅋㅋ

꼬박 2시간 동안 후다닥 요리를 끝낸 후~

차마 쑥까지 다듬다가는 오늘로써 요리는 정말 끝일 것 같아~~

쑥국과 쑥전을 해먹으려고 샀던 쑥을 너무 피곤해서 다듬지 못했다. 대신

 

제 방에서 컴을 하고 있는 환자 울아들을 불렀다.

"아들, 엄마가 손이 두개밖에 없어서 쑥까지 다듬으려면 엄청 힘들것 같아. 네가 좀 도와줄래~"

"엄마, 나는 방금 마취하고 수술하고 온 환자야."

투덜투덜대지만 우리집에서는 여자 일, 남자 일 따로 없기에

방에서 나와 어설프지만 쑥을 다듬는다.

청소기 돌리기, 세탁기에서 빨래 건져 방바닥에 개켜놓기등은 아들 분담이다.

주일날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나물 다듬기...은 남편 몫으로 아내를 도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ㅎㅎ

 

비록 아픔이 있는 아들이였지만 아픔을 통해 성숙해가겠지,싶다.

다친다고 축구를 못하게 할수도 없고...다치면 치료 잘해주면 되고

영양식으로 맛나게 먹이면 된다. 그리고...

늘 기도로 무장시켜주면 된다.

 

봄나물로 풍성해진 우리집 식탁~~~

입안에서 향긋한 봄내음이 난다.

 

 

*주말에 못 간 도서관...주일날 교회 다녀온 후 갔다.

책을 절반 정도 읽었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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