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모과꽃에서 천리향까지

순수산 2011. 4. 16. 11:06

 

<모과꽃 분재 / 사무실 화단>

 

 

햇살이 아주 좋은 날~

밖의 날씨는 여름이 아닐까, 할 정도로 뜨거운데

사무실는 춥습니다. ?

밖은 30도가 넘지만 사무실 안은 18도 입니다.

엄살 떠는 것 같아 온풍기는 켜지 않았지만,

앉은 자리 가까운 곳에 키작은 난로 살짝 틀어놓았습니다. ㅋㅋ

 

오늘 점심은 또 무엇을 먹을까?

날마다 난이도 별 다섯개짜리 질문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다들 머리속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을때,

매사 적극적인(?) 제가 콜했습니다.

 

"오늘은 개운하고 담백한 된장찌개 어때요?"

직원들~ 어려운 문제를 풀어준 내가 고마운지

"그렇게 합시다"

 

사무실 직원 다섯명이  사무실 현관문을 나와

화단에 피어있는 꽃들한테 인사하며 줄맞춰 식당으로 걸어갑니다.

발빠른 저는 디카로 요녀석 한장 찍었습니다.

 

비록 분재이지만 모과꽃은 양지바른 담벼락 아래에서 활짝 웃고 있네요~  

 

 

 

사무실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백반집입니다.

주로 애호박찌개를 맛나게 잘하는 식당인데,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 해도 사서 먹는 것은 한두번에 족한지라,

오늘은 꽤나 담백하고 개운한 된장찌개를 시켰습니다.

둥둥 뜬 애호박 아래 감자랑 바지락이랑 숨어있습니다.

 

 

<미나리 초무침~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그래도 이 식당을 자주 가는 이유는 주메뉴도 그런대로 괜찮지만

10개의 반찬이 하나같이 깔끔하고 맛나다는 것입니다.

특히 막 담은 배추김치 보이시죠~ 아주 맛있습니다.

 

함께 간 우리 장대리는 식당에 가면 배추김치 일일이 찢어줍니다.

조기 같은 생선 나오면 일일이 뼈 발라줍니다.

시집가면 아주 잘 살 것입니다.

 

저는 뼈 바르기 귀찮아서 그냥 생선 안 먹는 스타일입니다. ㅋㅋ

<바닷가에서 태어난 울황제가 아들과 저에게 생선 먹게 하려고 일일이 뼈 발라 줘야 겨우 한 두점 먹어주는 스타일이라...>

그런데, 생선 먹게 하려고 엄마처럼 먹기좋게 손질해주는 후배동료가 늘상 고맙습니다.

김치든 생선이든 먹기 좋게 해놓아야 마음이 편한 그녀에게 저는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ㅎㅎ

 

  

 

남자 직원들은 콩나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군대에서 신물나게 먹어서 싫답니다.

그리고 소세지, 깍뚜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애 낳은 산모들 한달 내내 미역국에 밥 말아 먹는데,

<간혹 사골도 먹습니다.>

아마 이때 일년동안 먹을 미역국 분량 다 먹을 것입니다.

칠남매 맏아들인 울황제~ 결혼하고 제가 맏손주를 떡하니 낳아 드리니

시어머니께서 애 많이 썼다며, 돈봉투와 그당시 십만원이 넘은 귀하디 귀한 미역을 사주셨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이시는데, 그렇게 좋은 미역은 처음 봤다고, 하셨습니다.

<삼천포로 잘못 진입했습니다, 유턴합니다. ㅋㅋ>

 

 

 

 

식당 담벼락 화단에 천리향이 피었습니다.

꽃 주변은 심란해서 이렇게 꽃만 찍었더니 그런대로 봐줄만합니다.

얼마나 향이 멀리 가면 <천리향>이라 이름 지었을까요?

<시골에 살았던 사람들 거리를 주로 리 단위로 말하던데, 저는 이런 것 잘 몰라 꼭 km로 환산해주라 합니다.ㅋㅋ>

<그러니 천 리가 몇 km인지 잘 모릅니다. 그냥 멀리까지 향이 갈만큼 진하고 좋다는 뜻이겠지요. >

 

향기가 천 리까지 날만큼 매우 좋은 향이라 사전에 나와 있네요.

손바닥으로 꽃을 흔들어 매만지니 향이 진하게 배어옵니다.

조금 있으니 향기에 마취된듯 잠시 머리가 띵~합니다.ㅋㅋ

 

5분 거리를 다시 걸어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이 길이 주택가 골목길이 아니라 몇백년 된 녹색의 아름드리 숲길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봅니다.  상상은 자유잖아요.

 

모과꽃과 천리향에게 얼굴 도장 찍으며~

그래도 오늘은 그런대로 의미를 부여한 하루였습니다.

기록한 날이니 생생하게 언제까지나 기억되는 날이 되겠지요~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