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 - 송수권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꼬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 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에 뻘물이 튀더라고요.
그쪽 말로 그맛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 시인 -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거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삿날 밤 참꼬막을 깔 줄 모르니
앞발로 어르며 공깃돌놀이 하는 거래요.
詩도 그늘 있는 詩를 쓰라고 또 퉁을 맞았지요.
(현대시학 2007년 9월호)
퉁: 꾸지람,
괴 : 고양이,
숭악한 맛: 깊은 맛
구상선생기념사업회가 제5회 구상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시인 송수권(73)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집 '퉁'이다. 상금 5000만원
예전 졸업여행때 벌교 꼬막 전문식당에 갔다.
꼬막회무침부터 꼬막전, 꼬막탕, 꼬막구이...등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노시인의 [퉁] 시를 읽으면서
체험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글은 진정한 깊은 맛이 없다는 것
다시금 깨닫게 된다.
꼬막의 깊은 맛에 이런 그늘진 모습이 담겨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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