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다녀온후 그동안 못다한 일처리하느라 바빴다. 주말마다 뭔 스케쥴은 그렇게 잡혀 있는지 울긋불긋 단풍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데, 손잡아 주지 못해 안타깝고 마음이 허전하다. 사무실에 콕 박혀 일하자니 마음이 생숭생숭하고 붉은 단풍을 온전히 만나지 못해 상사병이 난 것 같았다. 보고 싶어 숨이 고르게 쉬어지지 않았다.
주말, 남편과 나는 퇴근한 후 이날 단풍을 만나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아 만사 제쳐놓고 무등산 토끼등으로 향했다. 4시에 도착하니 캄캄하기 전에 내려와야 했기에 마음은 급했고, 비가 와서 약간은 축축하고 밝은 날도 아니여서 약간은 어두웠다.
그러나 산책하는 그 길이 어찌나 상쾌하든지 비를 머금은 낙엽들이 짙은 가을향을 내뱉어서 얼마나 더 향긋한지 세상을 가 가진 듯 풍요로왔다. 늦게라도 오게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눈에 들어온 붉은 단풍이 우리의 산책을 가꾸만 멈추게 했다.
“산행을 할 거야 말 거야.” 단풍에 유혹 당해서 사진만 찍고 있는 남편한테 한마디 했다. 요즘 남편은 나보다 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심지어 이날 점심때 혼자“꽃게라면”을 끓여서 셋팅한 후 카카오스토리에 멋지게 올리기까지 했다. 일취월장이다. 그런 남편이 밉지않다.
1시간 가량 토끼등까지 올라가면서 젖은 낙엽을 원없이 밟았고, 붉은 단풍에 넋을 잃고 쳐다봤으며, 아들과 함께 이곳을 산책했던 날을 추억했고, 남편과 연애할 때 왔던 시간을 되짚어봤다. 더 중요한 것은 오며가며 참 많은 대화를 남편과 나눴다는 것이다.
압력솥에 막 삶은 계란을 두 개 챙겨가서 나 혼자 다 먹고(남편은 꽃게라면을 너무 잘 먹었나 보다), 단감 두개를 사이좋게 남편과 나눠먹었다. 하늘이 준비한 멋진 걸작품을 감상하느라 눈이 즐겁고 공기는 상쾌해서 코속까지 청소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서 행복했고 간식은 왜그렇게 맛있던지. 빨리 걷기를 해서 살짝 땀까지 나왔으니 이날 산행은 일석 십조는 될거라 생각한다.
행복은 거창하지도 않고 멀리 있지도 않다. 내가 어떠할 때 행복한지 일단 알게되면 오십 퍼센트는 행복한 셈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느끼기 위해 적극적으로 만들고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 훨씬 더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진다.
[삶은 계란을 들고]
[낙엽카페에서 차 한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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