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힐링,나의 산얘기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 직소폭포 그 우렁찬 소리에 반하다

순수산 2014. 8. 8. 14:18

 

 

 

  산행코스: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변산 주차장 - 직소폭포- 재백이고개 - 관음봉 - 세봉 - 인장암 - 내변산 주차장 (총9km) 5시간 소요

 

 

아들은 군대에 있고 남편과 둘이 올여름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우리의 휴가가 막 끝나는 날 아들은 4박5일 위로 휴가를 받아서 온다. 그러니 휴가가 끝나는 날 그렇게 아쉽지 않다. 그것은 아들의 얼굴을 본다는 이야기이니까. 월요일에는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좀더 여유로운 휴가를 보냈고, 둘째날 오전에 남편은 병원 순례를 다녀와서 오전 11시에 출발한 우리는 12시에 변산반도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산은 국립공원이 최고다. 그만큼 이용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애매한 갈림길에서 안내표지를 제대로 해졌기에 표지만 보고도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자주 다니다보니 어디로 가야할지 애매한 상황에서 길을 잃어봤기에 그래서 곤란한 처지에 당해봤기에 일단 국립공원 산이라면 관리가 잘 되어 안심이 된다. 그리고 그만큼 전국에서 많은 인파들이 산행을 즐기기에 사람구경도 한몫을 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직소폭포다. 내변산 주차장에서 평지수준의 길을 1시간 정도 걸으면 직소폭포가 나온다. 이곳을 보는 것이 목표였으나 막상 시원한 직소폭포까지 너무나 쉽게 왔기에 더 걸어서 산을 한바퀴 돌아보자는 추가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무더위에 우리는 강행군한 것이다.

 

직소폭포의 높이는 30m 이며 예리한 칼날로 잘라낸 듯 육중한 암벽단애를 흰포말을 일으키며 뇌성같은 소리를 내면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물은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깊고 소(沼)를 만들면서 떨어지는 장관은 보는이로 하여금 대자연의 신비에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또한, 예부터 ‘ 직소폭포와 중계계곡의 선경을 보지 않고는 변산을 말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직소폭포의 장관이 대단했다. 사진도 여러장 찍고, 챙겨간 김밥이랑 과일 등 점심을 간단히 요기하고 우리는 재백이고개를 거쳐 관음봉삼거리, 관음봉, 세봉, 세봉삼거리, 인장암을 거쳐서 걸어갔다. 정말로 죽을만큼 힘들었다. 9키로를 5시간동안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직소폭소까지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그 이후의 산행은 딱 세팀 다섯사람 본 것이 전부였다. 그만큼 이 더위에 이 코스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리에 힘이 풀려 스틱을 짚고 가는데도 나는 두 번이나 넘어지고 무릎에 영광의 상처까지 남기게 되었다. 이런 아내의 약한 모습을 오랜만에 본 남편은 당황했을 것이다. 나름 운동신경은 있는데, 징징거리는 아이마냥 남편한테 너무 힘들다고 했으니, 그도 그럴것이 산행을 하면 남편은 꼭 앞장 서서 혼자 걷는다. 그러니 그 빠른걸음 쫓아가려면 나는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예전에 같이 천천히 걸으면 안되냐고, 하소연을 했더니 그렇게 앞장서서 걷지 않으면 계획했던 대로 산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변명아닌 변명이였다.

 

내소사를 저 가운데 산 아래에 두고 우리는 산 둘레를 한바퀴 돌았으니,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산행은 실로 오랜만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산행이였다. 너무 힘들어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남편을 쳐다봤더니,

“힘내! 아직도 휴가가 하루 더 남았고, 휴가 끝나는 날은 아들이 군휴가 나와서 얼굴 볼 수 있잖아.”

맞는 말이다. 이런 힘든 휴가 다음날은 동네 도서관에서 시원하게 책을 읽을 것이니 달콤하고, 그 다음날은 사랑하고 보고싶은 아들 얼굴을 본다고 하니, 없는 힘이 불끈 솟는다.

 

처음 스타트한 곳으로 다시 돌아 왔을때는 처음의 생생한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초췌한 이상한 40대 아줌마가 거울에 비쳐졌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그래도 남편과 함께 기억에 남을만한 산행이였다. 내변산 주차장 매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먹고, 우리는 고창 석정 휴스파에서 온천으로 피로를 풀고 퓨전한정식 마실에서 값비싼 음식을 먹고나니 행복했다. 이런 보상이 꼭 필요한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가슴 뻐근하게 감사함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