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조카,나의 엔돌핀

이모~~사진 찍어줘

순수산 2009. 2. 9. 09:57

 

 다섯살... 딱 이때가 이쁘고 귀엽다.

궁금한 것은 꼭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 녀석 사전에는 <그냥>이라는 말은 없다.

"이모 호두는 어떻게 먹어야 해요?"

땅콩을 까 먹으면서 녀석과 마트에서 간식을 사서 걸어오는데 

손에 든 딱딱한 호두 안이 무척 궁금한 것이다. 

-호두는 회사에서 아빠 오시면 망치로 때려서 까달라고 하렴.

궁금한 것은 빨리 알아봐야 하는데 아빠 올때까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녀석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녀석을 데리고, 웬만해서는 바깥출입을 안하는 울아들을 모시고 축구공을 들고 아파트 바로 앞 근린공원에

왔다. 손에는 황금잉어빵을 들고 입안에 한입 넣어놓고

"민기야, 사진 찍자"

이모가 카메라 들이대니 한참 먹고 있는 것도 멈출지 안다.

 

 어쩜 울아들 10년 전의 모습과 이리도 똑같을까.

사실 사춘기가 무르익은 울아들과는 요즘 전쟁중이다.

그러니 이모 말이라면 뭐든지 착착 들어주는 조카녀석이 예쁠수밖에...

축구공을 뻥뻥 쳐대니 이녀석은 그 공 가지러 달려다니느라 볼이 빨개진다.

한번이라도 저를 빼고 나와 아들이 공차기를 하면

삐져서 공을 들고 가버린다.

 청춘의 상징 여드름이 좀 많이 난 관계로

울아들은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안경에 마스크에 모자에....걸을때도 바닥만 쳐다본다.

"아들~ 남들이 너 얼굴에 전혀 관심없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마라."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엄마의 말을 듣고 아들은

"우리 반에서 나만 여드름이 많이 나왔다니까. 아 짜~증~나"

나도 울아들 얘기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모가 너랑 열심히 놀고 있다는 증거사진을 남기자>

 

 손에는 땅콩을 들고 한참 공을 차대던 녀석이 얼마나 뛰어놀았던지 얼굴이 빨갛다.

 

 "이모~~~ 사진 찍어줘"

녀석은 이 포즈가 멋있게 나올지 알고 있는듯 어렵게 오른후 나를 불러 세웠다.

-민기야 진짜 멋있다. 

 날씨는 쌀쌀하고 나는 얼른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이 녀석은 물만난 고기마냥 놀이터를 휘젓고 다닌다.

"민기야 이제 집에 들어가자. 이모 피곤해"

-이모 딱 세번만 타고 가자

""그래 알았어. 그럼 기다릴께 딱 세번이다."

날씨가 더 따뜻하면 많이 데리고 나와야겠다. 이모가 약속한다.

 

오후 5시경 녀석의 집으로 데려다 줬는데 아빠를 보는순간 입에서 나오는 첫말이

"아빠~ 호두를 망치로 때려서 까주세요"

어떻게 그렇게 많이 놀고도 잊어버리지 않고 궁금한 것을 참았다가 

아빠를 보자마자 물어봤는지 정말 신기하다.

원래 아이들은 다 그러나. 아니면 울조카가 천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