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이 삼종세트>
우리 사무실 아랫층 101호는 사장님 누님이 경영하시는 <공방>이다.
사옥을 지어 바로 이사를 왔으니 만 4개월만에 공방 안에는 가마에서 구운 도자기 그릇들로 가득하다.
나는 원래 관심을 갖지 않는것에는 무심할 정도로 무관심한 편인데...
최근 이 옹말졸망한 다육식물한테 자꾸 눈길이 간다.
과연, 다육식물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다음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잎이나 줄기 속에 많은 수분을 가지고 있는 식물. 체표(體表)에는 큐티쿨라층이 발달한 것이 많으며,
건조한 지방이나 소금기가 많은 지방에 자란다. 꿩의비름, 선인장 따위가 있다.
공방 사장님이 마음의 근심이 있던차, 다육을 키우면서 아픈 마음을 점차 치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육을 하나둘 사서 모으다 보니<적어도 집에 100는 넘을 것이다> 화분값이 만만치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친김에 도자기를 내가 만들어 다육을 키우자,해서 공방을 차리게 된 것이다.
그러니, 순전히 다육을 키우기 위해 도자기를 구웠는데,
이제는 도자기를 팔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을 윈윈 이라 해야 되나,
암튼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
"진과장~ 퇴근하고 공방에 와서 접시랑 화분이랑 만들어서 가마 불 땔때 같이 좀 구워 봐라."
6시 땡~하면 칼퇴근하는 나를 보고 공방 사장님은 자꾸 공방에 와서 흙을 좀 매만지라고 한다.
"사장님~ 제가 학창시절 미술에 <수>가 나온 사람입니다.
그 없던 시절에 유일하게 미술학원에는 다녀봤습니다. 제가 아마 공방에 내려와서 물레를 돌리게 되면...
아마 저는 우리사무실 그만 두고 물레만 돌리게 될 것입니다. 제가 집중해서 작품 만들면...상상만 해도 무섭네요. ㅋㅋ"
왕년에 한가락(?)했다며 공방사장님한테 큰소리쳤더니,
사장님은 내가 귀여운지 내 볼을 만지시며 큰소리로 웃으신다.
사실, 나는 미술에 좀 소질이 있었다. <자칭>
그러니까....초등학교 다닐때 미술학원을 한 달 다녀본 후 미술의 세계가 한눈에 보였다.
그 후 교실 뒷편에는 온통 내 그림과 포스터로 장식을 해놓았으며,
학교 정문을 들어오면 바로 오른편에 철창 행사판이 있었는데,
나는 그 안에도 내 포스터가 1년 동안 붙여 있던 이력이 있다.
<아이고.......자랑을 하려니, 웃음이 막 나온다. 웃자~>
그러니까 다육이 얘기하다가~~~웬 미술이 어쩌고저쩌고~~~ㅋㅋ
햇빛 좋은날~ 점심 먹고 공방에 내려가 도자기와 다육이를 구경하는데, 자꾸 아기자기한 다육이가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 나오는 접시들보다 이렇게 손으로 주물딱 만든 도자기가 얼마나 정감이 있고 느낌이 좋은지...
그동안 손으로 만든 작품들을 구경하다보니....
정말로 한번 만들어볼까? 이런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무리 예뻐도 성형미인은 웬지 정이 가지 않지만
덜 이쁘더라도 개성이 강하고 투박하고 소박한 사람은 두고두고 봐도 예쁘다.
도자기가 꼭 그 짝이다.
나는 신권 만원을 봉투에 담아 공방사장님한테 기분 좋으시라고
짧은 편지까지 써서 알아서 다육를 주라고 미리 선금을 드렸다.
그랬더니, 다음날 다육이 삼종세트를 주신 것이다. 완전히 거저 받은 셈이다.
이건 순전히 한지붕 세가족이라 가능한 금액이다.
남들한테는 훨씬 많이 받으신다는 사실~~~
내 마음을 담은 짧은편지가 다육이 삼종세트를 받게 되는데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ㅋㅋ
다육이 삼종셋트를 박스에 조심히 담아와서 화분 좋아하는 울황제한테 선물했다.
당연히 울황제 선물 받고 엄청 좋아한다.
이제 나는 다육이 구경만 하면 된다.
키우는 것은 순전히 울황제 몫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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